어김없이 돌아온 사순시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우리들은 교회 공동체 내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다가올 부활의 기쁨을 고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사순시기에는 교회 내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익숙한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진 사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제대 앞 전례 꽃꽂이를 준비하는 본당 헌화회장이다.
성남대리구 오포본당(주임 박현성 신부) 헌화회장 원미화(에밀리아나·44)씨에게 올해 사순시기는 고통만이 아닌 희망의 꽃을 꽂는 기다림의 시기이다.
“이번 사순시기는 스스로의 참회와 보속으로 맺은 결실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기꺼이 나누는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이처럼 결실을 맺는 기쁜 부활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사순시기 제대 꽃꽂이 주제 역시 이런 모습을 담아내려고 해요. 보통 사순시기 꽃꽂이는 화려함을 덜어내고, 고통을 상징하는 붉은 빛깔의 꽃과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 등을 사용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지만 희망을 말하는데 초점을 둘 겁니다.”
원씨를 비롯한 본당 헌화회 회원들은 꽃을 꽂기에 앞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주제를 선정한다. 말씀 안에서 신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꽃꽂이를 구성하는 것이 헌화회가 가진 몫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중, 제대 앞에 놓인 꽃꽂이 작품을 매만지는 손길에도 잠시나마 기도를 담는다.
“제대 꽃꽂이에는 간결한 메시지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이 함께 보고, 느끼는 대상이니까요. 이번 사순시기 역시 충분한 묵상을 통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꽃꽂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년 경력의 본당 헌화회장이자, 가톨릭전례꽃협회 내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씨에게 제대 꽃꽂이 봉사는 자신을 봉헌하는 과정이다. 때문에 자신을 성찰하고, 신앙 성숙의 장을 마련하는 사순시기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꽃꽂이 창작물을 만드는 것보다 신앙 안에서 나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나를 봉헌하는 것이지요. 기술을 배워 재주를 봉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본당 공동체 안에 활동하는 봉사자로서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할 것입니다. 그런 자세를 가질 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달라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지요. 또한 매번 사순시기를 통해 나누게 되는 제대 꽃꽂이 속 메시지도 점점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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