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 온 뒤로 매년 한 차례씩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놀이공원도 없고 등산할 산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강이 있어 매년 그곳을 찾아갑니다.
강에 가면 물놀이를 하게 될 것 같지만 악어가 있다고도 하고, 강물을 들이마셨다가는 기니웜이 몸속에 기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 무서운 나머지 몸을 담그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용기 있는 몇 분은 수영을 하셨더랬지요.
물놀이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낚시입니다. 저희가 강가에 가는 주목적도 낚시이지요. 처음에 낚시를 하러 갔을 때에는 낚싯줄과 바늘만 챙겨갔습니다. 낚싯대로 쓸 나무가 당연히 강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가늘고 길고 단단한 나무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대나무를 챙겨갑니다.
그동안은 아강그리알에서 가까운 강가로 소풍을 떠났는데 이번에는 쉐벳에서 가까운 바르겔 지역의 강가를 찾아갑니다. 신부 셋과 봉사자 둘, 그리고 저희를 도와줄 현지인 둘이 함께 갑니다. 차에 먹을거리를 싣고 대나무도 여러 개 챙깁니다.
차로 약 삼십 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저희가 낚시를 할 곳 근처에는 나무그늘이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 참 감사한 것이,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날이 없는데, 날을 잡아도 정말 잘 잡았습니다. 차에서 낚시 도구들만 챙겨서 낚시할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는 바로 낚싯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챙겨온 긴 대나무 끝에 줄을 매고 갈대 조각으로 찌를 만들어 달고 바늘과 추를 답니다. 미끼는 주로 작은 물고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이상협 신부가 번데기 통조림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나름 번데기도 벌레니까 물고기가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완성된 낚싯대를 들고 한사람씩 낚시를 시작합니다. 함께 온 현지인은 투망을 잘 던지는 친구라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멀리 그물을 던지러 갑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낚싯대에 신호가 왔습니다. 얼른 낚아 올렸더니 작은 메기가 한 마리 올라왔습니다. 왠지 오늘은 낚시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은 흐르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물고기들이 미끼만 떼어먹고 도망간다는 겁니다. 번데기가 맛있긴 한가 봅니다. 그런데 방금 나타난 꼬마 아이가 바늘에 지렁이를 꿰더니 금방 한 마리를 낚습니다. 그리고는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순식간에 아홉 마리를 낚았습니다. 신동이었습니다. 낚시 신동. 그 아이 옆에서 저희은 겨우 제가 잡은 한 마리와 표 신부가 잡은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오늘 낚시는 시작 때의 생각과는 달리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투망을 던진 현지인 직원이 물고기를 좀 잡아왔고, 주변에 낚시를 하던 아이들도 기꺼이 자신들이 낚은 물고기를 저희에게 선뜻 내주었습니다. 덕분에 준비해간 재료로 맛있게 물고기를 튀겨먹고 남은 물고기는 가져와 매운탕까지 끓여 먹었습니다. 낚시가 잘 안 되어 아쉬운 소풍이었지만 그래도 배는 불러 행복한 소풍이었습니다.
▲ 매년 한 차례씩 강가로 소풍을 가서, 직접 낚싯대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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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