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언제나 성스럽고 신비롭다. 2000년 전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도, 지금 이 순간 어느 곳에선가 새 생명의 탄생이 이뤄지는 곳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출산의 현장은 우리의 생각만큼 ‘성스러움’, ‘신비’와는 거리가 멀다.
긴장의 연속이고 출산마저 하나의 업무 실적으로 처리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 순간을 언제 발사될 지 모르는 ‘장전된 총’에 비유하기도 한다.
박지원(루치아·서울 서초동본당) 원장이 지난 2012년 12월 ‘행복이 전제가 되는 출산’을 추구하는 연앤네이쳐를 개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모와 가족들은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 왠지 모르게 죄 짓는 느낌이었어요.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다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오오노 아키코 저)을 읽고, 길을 찾았죠.”(박지원 원장)
박 원장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고, 하나의 가정이 완성되는 이상적인 출산 현장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협력자가 필요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산사 강현아(마르가리타·수원 신흥동본당) 연앤네이쳐 출산센터장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박 원장과 뜻을 같이 한 강 센터장은 바로 달려왔다.
생명을 존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모아져, 병원은 자연 그리고 자유주의 출산을 구현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료적인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하면서, 산모와 가족들이 출산 전에 짜놓은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들 병원에서는 안 되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산모와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가족들이 원하는 걸 기준으로 출산 분위기를 만들어 드려요. 그러다보니 새 가족을 맞이하는 기쁨이 더욱 큰 것 같아요.”(강현아 출산센터장)
두 사람은 의학이 밝혀낸 사실에만 치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산모와 아기의 심리는 등한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에게는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본능이 있고, 의사와 조산사는 그 본능을 깨워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엄마들은 정말 강하다”면서 “고통에 정신을 잃다가도 ‘아기를 생각하세요’라고 한 마디를 하면 정신을 차리고 호흡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새 생명을 품에 안고 있는 가족을 볼 때마다 ‘성가정’을 발견한다는 두 사람은 출산만큼 중요한 것이 임신 전의 몸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조상들이 자식을 얻기 위해 100일 기도를 하면서 금욕적인 생활을 했던 관습이 바로 ‘태교’라는 것.
“일상생활이 태교가 되어야 해요. 엄마의 몸은 텃밭이라고 생각하고, 정갈하게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해요. 30년 생활을 엉망으로 살았던 사람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박지원 원장)
여성들의 출산 권리를 보호하고 싶었다는 두 사람의 시선은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에게도 향해간다.
박 원장은 “능력이 되면 강현아 선생님과 저랑 한 달에 한 명씩이라도 미혼모를 지원하고 싶다”며 “그들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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