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세게 부세요. 더 세게, 더더더.”
음주단속에서나 들을 법한 대화가 도로가 아닌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철산본당(주임 강정근 신부) 종합사무실에서 나왔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사순시기의 시작과 함께 담배를 끊어보고자 모인 금연학교 수강생들의 태도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해보이기까지 한다. 체내의 일산화탄소를 측정하기 위해 힘껏 숨을 불었더니 돌아온 것은 빨간 경고등이었다.
“금연을 하려고 여러 번 마음을 먹었지만 실패했죠. 그래도 이번 시도는 본당 형제들과 함께 하니까 가능성도 높고 의미도 있다고 봐요.”
사순시기를 어떻게 해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승진(바오로·60)씨는 금연을 결심했다. 본당에 많은 흡연자들과 함께 금연을 하면서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자 마음먹은 김씨는 본당 주임 강정근 신부를 찾아가 금연학교를 제안했다.
“신부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본인도 7~8년 동안 피웠던 담배를 끊으면서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금연학교를 통해 금연을 성공할 경우 포상도 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사순시기를 앞두고 급작스레 준비된 금연학교지만 금연과 함께 주님의 수난을 묵상해보겠다는 참가자들의 신청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신청자 중 2명은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권고로 참가하게 됐다.
“금연으로 절약된 돈은 사순시기가 끝나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빈첸시오회에 전달할 생각이에요. 사순절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야죠.”
수업이 끝나자 수강생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금연을 성공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논의 끝에 우선 본당 게시판에 금연학교 참가자들의 이름을 공개해 금연을 시작했음을 알리기로 하고, 보건소에 찾아가 금연 보조재 등을 받기로 했다.
“금연 중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금연을 꾸준히 이어가려고요. 유혹을 이겨내려고 계속 노력하며 사순시기를 보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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