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순시기, 대림시기면 빠짐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판공성사. 거룩한 부활에 동참하기 위해 자기 죄를 참회하고 보속하는 시기인 사순시기는 어쩐지 고해성사가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하다. 사순시기, 판공성사의 이야기를 들으러 나경환 신부(수원성지 전담·수원대리구 북수동본당 주임)를 만났다.
“백화점이나 슈퍼에 가서 물어보세요. ‘마음의 때’를 닦는 비누가 있느냐고. 아마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겁니다.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모든 것이 ‘마음의 때’인데 이 ‘때’를 닦아내는 방법이 바로 고해성사죠.”
고해성사를 보지 않으려 하는 이에게 나 신부는 고해성사를 몸을 씻는 것에 비겨 말한다. 우리가 몸이 더러워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을 씻듯이 죄로 더러워진 마음은 고해성사로 씻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신부는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때는 매일 닦으면서 ‘마음의 때’는 보이지 않아 소홀히 한다”면서 “사람들이 매일 씻는 것처럼 고해성사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 ‘신부는 고해소에서 죄를 보속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죠. 미사 집전이 가장 힘들거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 신부들은 고해성사가 더 힘들다고 말해요.”
판공기간, 신자들은 자신의 고해성사만 마치면 끝인 기간이지만 본당 모든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는 사제들의 노고는 그야말로 고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 신부는 본당 고해성사 시간을 늘렸다. 성지는 고해성사의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피로 죄인들의 죄를 닦아 주셨듯이 순교자들은 피 흘림을 보속으로서 하느님과 화해한 곳입니다. 우리도 하나뿐인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을 생각하며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는 곳이죠.”
흔히 고해성사는 미사 전에 이뤄지지만 수원성지는 매일 오전 11시 순례자미사 전과 후에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순례자들에게 성지는 ‘하느님과 화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나 신부는 판공기간에는 특별히 냉담자를 방문하며 성사를 준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망각의 은혜’를 주셔서 영대를 벗는 순간 신기할 정도로 고해성사 때 죄를 들은 기억이 사라지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신자들은 본당 신부님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그럴 때는 성지를 찾으면 좋다”고 전했다.
“고해성사는 재판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몰라서 들으시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솔직하게 진정으로 뉘우치는 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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