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한국교회 청소년사목의 문제점과 실패 사례들을 종종 지적한다. 하지만 정작 그 실패를 하느님께서 역사하시는 교회의 삶 안에서 평가·성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교회역사에는 시대의 표징에 적절히 응답한 사례뿐 아니라, 여러 사목적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이 함께 얽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공 혹은 실패의 체험을 ‘지금을 일궈낸 밑거름’이자 ‘다음 시대를 위한 길잡이’로 바라보는 것, 또 그 흐름 안에 계신 성령의 움직임을 깨닫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식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청소년사목을 보면 보편교회 청소년사목의 흐름을 고찰하고 그 역사가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지역교회의 청소년사목 역사가 지닌 풍부한 체험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는 것 또한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여러 지역교회 중 첫 번째로 살펴볼 곳은 미국교회다. 20세기 중반 이후 보편교회 청소년 사목 흐름인 ‘통합되는 청소년 사목’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 동시에 그 흐름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미국교회의 청소년사목이기 때문이다. 미국교회는 1930년 지역교회 중에서는 가장 먼저 젊은 세대에 대한 사목적 노력을 ‘청소년사목’이라는 개념으로 정립했고, 이후 다양한 사목적 시도를 거듭하며 성공·실패를 직접 겪어냈다. 그 과정 가운데 실용·효율적인 자국 문화특성을 반영해 청소년사목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어려움을 극복해왔으며, 오늘날 상당히 활성화된 청소년사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교회도 1800년대 국가 설립 초기에는 가톨릭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교리지식을 전달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뒀다. 당시 유럽에서 전래된 ‘그리스도교 교육 신심회’는 가톨릭학교에서뿐 아니라 본당 주일학교에서도 청소년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그들을 그리스도교적 가치로 지도하는 활동을 펼쳤다. 이는 보편교회 청소년사목 역사의 ‘교리교육 중심’ 흐름을 잘 보여준다. 1930년대, 시카고의 버나드 쉴 주교가 설립한 ‘가톨릭청소년단’은 청소년 발달상의 신체·정신·영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해 미국 청소년사목이 보편교회의 ‘사목적 사랑’ 흐름을 포괄하도록 이끌었다. 이후 ‘가톨릭청소년단’의 활동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청소년운동단체들이 속속 조직되고 발전, 다각화됐다. 이 단체들은 청소년의 욕구에 맞춘 오락·스포츠 활동을 통해 청소년을 교회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초대했고, 그들이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청소년의 욕구에 맞춰 여가선용과 신앙의 가르침을 적절히 접목하는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과 주말 캠프·피정 프로그램은 1970년대 초반까지 계속 활성화·다각화됐고, 몇몇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의 수가 지나치게 증가하자, 각 교구나 본당은 오히려 수많은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미국 주교회의는 1972년 「교구 청소년 사목 책임자」라는 지침서를 발간해 대처하고자 했다. 수많은 청소년 활동이나 프로그램 중에서 자기 지역의 상황이나 목적에 맞는 것을 선별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역할을 교구 청소년 지도 책임자의 사명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 지침서를 기반으로 교구 내 청소년 활동과 프로그램이 교구 청소년 지도 책임자의 조정 하에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교구 청소년사목국에서는 청소년 지도를 위한 정보 수집, 각종 청소년 활동 및 종교 교육 총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기획 실행 등을 총체적으로 실시하면서 그 경험을 축적해 나갔으며, 이에 따라 좋은 프로그램과 인력, 자원, 경험이 교구에 더욱 집중됐고 각 본당은 자연스럽게 교구 청소년사목국에 의존하게 됐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가톨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FABC-OL)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