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민족 복음화의 소명을 천명하며 1927년 4월 1일, 일단의 평신도 청년들에 의해 태어난 가톨릭신문이 어느덧 올해로 87주년을 맞았습니다. 세상 만물에 당신의 오묘한 섭리를 심어주시는 하느님의 안배에 찬미를 드리며, 지금까지 끊임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온 교회가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함께 논의했듯이, 현대 세계와 사회는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서 열매를 거두기에 너무도 열악한 환경입니다. 교회는 안팎으로 제기되는 많은 도전들 앞에서 깊은 위기의식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위기가 깊을수록 희망은 더욱 커집니다. 보편교회는 지금 그러한 주님의 희망을 믿고, 내적 쇄신, 구조적 개혁,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정의를 구현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올해 8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교황 방한은 가톨릭신문이 창간 87주년을 맞은 2014년, 한국교회에 단지 하나의 이벤트나 행사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고 많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 한국을 먼저 방문하기로 한 교황의 뜻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은 아시아 교회들에 대한 보편교회의 기대와 그 기대의 중심에 자리한 한국교회의 소명과 역할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천년기가 유럽 대륙의 복음화, 제2천년기가 아메리카 대륙들의 복음화가 이뤄진 시기였다면 지금 제3천년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복음화가 펼쳐질 시기라고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한국교회의 소명에 대한 성찰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위대한 전통과 문화, 그리고 다양성을 지닌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짊어져야 할 몫은 광대하고 무척 무겁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창간 87주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가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이 엄중한 책무를 모든 독자들과 함께 해나가고자 합니다.
우선은 ‘신앙의 해’에 강조됐듯이,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기 위한 신앙의 성숙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의 일원으로서, 순교영성은 우리 신앙의 토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갈라진 조국을 영적으로 이어줌으로써 참된 민족 복음화의 소명을 구현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교회의 역사에서 한순간도 그렇지 않은 적이 없듯이, 끊임없는 쇄신과 개혁의 노력을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와 소명들을 염두에 두고 올 한 해 동안 무엇보다도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를 위한 본격적인 성찰을 이어갈 것입니다. 특별히 그 소명을 짊어지기에 부끄럽지 않은, 성숙한 교회가 되기 위한 내적 쇄신의 노력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교회 구성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기획들을 마련할 것입니다.
100주년을 바라보는 가톨릭신문은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를 드리며, 시대의 도전에 함께 나서는 신문이 될 것을 약속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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