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spirituality)은 일생의 우여곡절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밀함(closeness)과 그분에 대한 의존(dependency)을 찾는 여정이다. 그런데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의 회복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그리고 영성은 인생과 우주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명상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도교 영성은 변화된 자아, 더 나은 세상, 다시 새로워진 창조 세계를 열망한다. 성경은 땅에 뿌리를 두고 그 땅에 대한 하느님 백성의 관계에 토대를 두는 생태영성(ecospirituality)을 제시한다. 즉 하느님과의 친밀함과 의존, 그리고 그분과 하나 되는 것은 모든 창조 세계와의 관련성을 의미한다. 참된 영성은 부서진 정치와 사회-경제적 구조를 직시하고 상처 입은 지구를 치유하는 것을 포함하기 위해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예수님에게서 그 본질적인 내용과 전망을 발견한다. 우리는 분리된 예수님의 짧은 말씀들의 모음에서가 아니라 억압받는 갈릴래아 사람들과 일상적인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실천에서 그분의 영성을 만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향상시키는 초월적인 삶과 영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신다.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의 사명을 ‘길’로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보라, 내가 네 앞에 내 사자를 보내니 그가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마르 1,2-3). 그리고 이 ‘길’은 초대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운동을 가리킨다(사도 9,2). 따라서 영성은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는 것이다. 이 ‘길’은 성경에서 하나의 가족 은유로써 아버지로 표현되는 사랑하시고 먹여 살리시는 하느님과 우리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여정을 의미한다.
예수님에게서 영성은 저 세상의 것이거나 세상 도피적인 길이 아니다. 오히려 영성은 창조 세계 안에서 자신의 집(그리스어로 오이코스)을 발견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길은 인간의 일상 안에서 실천되며 본질적으로 생태영성적이다. 이 생태영성의 길은 항상 생명의 길, 살림의 길이다. 영성은 굽은 길을 바르게 하고 자기 도취적인 가치와 행동을 예수님의 가치로 변화시키는 여정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실천하셨던 가치는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 공정(fairness), 관대함(generosity), 일치(unity), 자유(freedom), 관용(tolerance), 다양성(diversity), 땅 돌봄(land care), 비 군사주의(non-militarism) 등을 포함한다. 이것은 지속 가능한 미래(sustainable future)를 위한 가치이다.
생태영성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깨어있음과 영성적인 훈련 과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예수님의 생태영성적인 길은 정치의 영역과 연결된다. 예수님 당시의 세계에서 경제, 사회, 윤리, 법, 문화는 종교에 의해 형성되었고 정치 아래에 포함되었다. 그래서 종교 없는 정치와 정치 없는 종교를 상상할 수 없었다. 정치는 영성 안에서 실천되고 영성 생활은 정치와 관련이 있었다. 예수님이 선포하시고 실천하신 하느님의 나라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하는 정치, 해방의 통치를 의미한다. 즉 하느님의 통치는 제국의 억압적인 정치에 대항하는 정의와 평화의 통치, 해방하는 정치, 가난한 이들, 곧 정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마태 5,6)의 나라를 가리킨다. 따라서 예수님의 영성은 다른 세상, 딴 세상(another world)의 건설에 이바지하는 대안적인 길이다.
이와 같이 예수님을 뒤따르는 영성의 새로운 길은 창조 세계 안에서 샬롬과 살림을 실천하는 생태영성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와 세계를 위한 대안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영성은 다른 사회, 다른 문화, 다른 경제, 다른 정치, 곧 딴 세상을 건설하는 변혁의 길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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