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1998) 이후 청소년 자살, 왕따 등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의 단골소재가 됐다. 서정적인 도입부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클라이맥스 뒤에는 꼭 청소년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은 비밀스러운 사연이 공개됨과 함께 ‘정당화’되는 극적인 전개는 일반적인 학원물 영화의 전형이었다.
지난 3월 개봉된 영화 <우아한 거짓말> 역시 흔히 말하는 ‘왕따’ 영화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원망도 끔찍한 복수도 없다. 대신 우아한 이야기 구성으로 우아하지 못한 현실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막내딸 천지(김향기)의 부재에 엄마 현숙(김희애)과 언니 만지(고아성)는 당황스럽기 만하다. 가족 중에서 가장 밝고 웃음 많던 막내였기에 상처는 더 컸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죄책감과 공허함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지만 두 가족은 애써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무심한 성격의 만지는 우연히 가족들이 몰랐던 동생 천지의 비밀을 접하게 되고, 비밀의 한 가운데 천지와 가장 친했던 화연(김유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의 가족 엄마와 만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돌림과 자살을 다룬 영화지만 그 자체보다는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사려 깊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느 학원물 영화들과는 차이가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가족과 친구는 소중한 존재다. 누구보다 가깝고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그들에게서 받은 상처는 더욱 아프다. 교묘한 방법으로 따돌리는 친구들, 환한 웃음으로 포장된 막내딸의 아픔을 외면했던 가족들 사이에서 어린 소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천지의 죽음이 과연 어떤 한 사람의 책임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바쁘다는 핑계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심했던 현대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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