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로길(루치아·사진) 할머니가 안 의사의 순국일(3월 26일)을 며칠 앞둔 지난 18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각)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신양로 조선민족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102세.
1913년 3월 3일 안 의사가 자란 황해도 신천군 청계리 청계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살에 헤이룽장성 방정현(方正縣)에서 안 의사의 사촌 동생 홍근(洪根)씨의 3남 무생(武生)씨와 결혼했다가 14년 만에 일제 앞잡이에 의해 남편을 잃고 홀로 됐다.
해방 후 1946년 10월 헤이룽장성의 성도인 하얼빈으로 이사온 뒤에는 삯바느질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태극기와 안 의사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에서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는데 발 벗고 나섰다. 한국전쟁 이후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1958년 고인은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네이멍구(內蒙古)의 ‘노동개조농장’인 진래로개농장 등지에서 옥고를 치르다 1998년 9월에야 여든여섯의 나이로 다시 하얼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거처가 없어 하얼빈성당 등지를 전전하던 2000년 우연히 알게 된 최선옥 수녀(76·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원장)의 도움으로 하얼빈에서 생활해왔다.
최 수녀는 “안 할머니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 의사의 순국일을 기억하고 집안 족보를 외울 만큼 정신이 또렷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노환으로 건강이 부쩍 나빠졌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20일 중국 지린성 창춘(長春) 천주교 묘지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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