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을 위해 중국에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당에 장례미사가 있었다. 한국에서와 같이 유족들의 흐느낌과 교우들의 숙연함 속에 장례미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인을 모신 관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반적인 경우 장례미사에는 고인의 유해를 성당에 모시고 마지막으로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드리곤 했던 터라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다시 자세히 보니 고인의 유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관은 없고 유골함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는 장묘법상 화장을 하지 않고는 시신을 밖으로 모시고 나올 수 없어 장례미사에 유골함을 모시고 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고인을 모시고 장례미사를 지냈던 기억은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얹으며 듣던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라는 말씀을 더욱 더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다.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많은 권력과 부를 누렸어도 언젠가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뿐이며,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하여도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초라해지고 피할 수 없으니, 어쩌면 죽음만이 유일하게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것이리라. 구약에서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던 솔로몬조차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렛 1,2)라며 마지막 순간 허허로운 세상을 이야기 했다.
그러기에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동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허무함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저 죽어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이미 죽음은 끝이 아니요 부활로 가는 과정임을 알고 있기에, 죽음의 고통을 넘어 부활에 이르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도록 두려워 말고 고개 들어 늘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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