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의 87년은 ‘나눔’을 실천하는 신자들과 함께하기에 뜻 깊다. 특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톨릭신문을 보내는 후원자들 정성이 있어 그 의미는 더 크다. 조금은 외롭고 힘든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전해진 신앙 소식지가 큰 격려이자 기도일 것이다. 벽지공소에서, 군부대에서, 해외유학지에서…, 후원자 도움으로 ‘신앙의 빛’을 밝히고 있는 신자들이 창간 87주년을 맞아 감사인사를 전했다.
“외국생활 11년, 그곳에서 받아본 가톨릭신문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었습니다. 비어있는 제 편지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채워주는 대상이자, ‘한국에서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끈’ 같은 것이었죠.”
2003년 3월부터 약 11년간 영국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작년 11월 귀국한 예수회 김치헌 신부. 김 신부는 귀국 전 3여 년 동안 가톨릭신문을 후원받았다. 가톨릭신문 성지순례단이 김 신부가 지내던 옥스퍼드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순례단과 함께 온 가톨릭신문 기자가 김 신부에게 신문 후원을 제안한 것이다. 순례단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나먼 영국땅, 김 신부가 있는 곳까지 매주 신문이 배송돼 왔다.
“솔직히 말씀 드려 처음에는 신문이 와도 대강대강 읽었어요. 워낙 바쁜 일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오는 신문을 보고 있자니, 보내주시는 분의 마음이 느껴지더군요. 참 감사했습니다. 그 후엔 정성 들여 신문을 읽게 됐지요.”
김 신부가 유학 중 지낸 예수회 공동체는 세계 각국의 사제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었다. 공동체 생활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느꼈고 문화차이에 정서적으로 힘들 때도 많았다. 한국인이 있는 한인타운이라도 가서 향수를 달래고 싶었지만 현지 적응을 위해 일부러 멀리했다. 그런 김 신부의 생활에 한국에서 전해지는 가톨릭신문은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만 하다보면, ‘사제로서의 나’에 대해 잠시 잊을 때가 있더군요. 하지만 신문을 통해 한국교회 소식을 접하면서 ‘나 자신도 이 한국교회에 속한 사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곤 했어요. ‘귀국 후 사제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하는 막연한 생각도 신문을 보면서 할 수 있었죠.”
오랜 외국생활 후 돌아온 고향땅에서 김 신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빠르게 바쁘게만 사는 한국인의 모습과 돈이 너무나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어 버린 현 세태가 낯설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김 신부에게 가톨릭신문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김 신부는“신문은 다양한 모습과 목소리를 균형감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몇 년동안 지켜본 가톨릭신문의 모습처럼 ‘다양함 안에서의 균형감’을 앞으로도 잘 유지해 주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신부는 전공을 살려, 내년 경부터 강단에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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