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초대 민선 교육감으로서 취임 1년여를 막 넘기고 있던 우동기(파스칼·62·대구 반야월본당) 대구시교육감은 변명 없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후 대구시교육청은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실시, ‘대구교육권리헌장’ 제정 등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 노력을 벌였다.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2012·201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2년 연속 전국 최저’(12년 2차 4.73%, 13년 1차 1.0%, 13년 2차 0.8%)의 성과를 거뒀다.
신학기를 맞으며 가톨릭신문과 마주한 우동기 교육감은 “무엇보다 바르고 따뜻한 교육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했고, 교육 주체들의 인식 전환 및 반성적 실천이 절실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우 교육감은 2014년을 ‘행복교육 완성의 해’라고 소개했다. “행복교육으로 학생 개인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역량 육성, 교육격차 해소, 교육비리 근절, 나아가 대구 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 공동체 모두가 열정적으로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는 모두가 공감할 문제
“청소년 문제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나선다’ 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우 교육감.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교회 등 사회 모든 기관에서 학생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청소년 문제에 대한 교육 일선 책임자로서의 입장을 내비친 그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활동과 행정”을 꼽았다.
“그것이 핵심이죠.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시민 모두가 고유한 교육 주체로서 교육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가집니다.”
우 교육감은 항상 학생이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 이웃과, 또 선생님이 학부모와 지역과 서로 신뢰하고 도우면서 교육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누리는 학교를 생각한다고 했다. “교육 주체들 사이에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하며 교육을 한다면 진정으로 행복하고 따뜻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행복교육’을 제시한 입장에서 우 교육감은 무엇보다 그 조건들로, ‘교육 주체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변화’, ‘행복교육에 대한 믿음과 추진 의지’, ‘배움 중심의 교수학습 활동’, ‘역량 중심 평가 시스템 도입’ 등을 밝혔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이, 경쟁·경제 위주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삶의 영역으로 전환돼야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일이 아닐까요.”
왕따 청소년 자살 문제, 모든 학교 구성원 몫
왕따 청소년 자살 문제를 전국적으로 새삼 부각시킨 2011년 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 우 교육감은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은 모든 학교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로 예방할 수 있다”면서 “학부모님께는 ‘몰라서, 장난으로, 욱해서’ 괴롭혀도 폭력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또 폭력 발생 시에는 언제나 도움을 청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따뜻한 격려와 칭찬으로 학생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대구시교육청은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등 자녀를 훌륭히 키우기 위한 학부모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단계에 맞는 유·초·중·고별 학부모 교육 가이드를 보급하고, 학교별 학부모 교육을 위한 예산 지원 등 학부모가 교육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 출마는 소명
우 교육감은 교육감 출마에 나서게 된 것을 “하나의 소명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당시 대구지역 교육상황은 지역 간 교육격차와 학교폭력, 낮은 청렴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매우 어려움이 많았던 터.
2005년부터 영남대학교 총장직을 맡았던 상황에서 지인들은 ‘대학 총장까지 했으니 유·초·중등교육에 봉사해야 교육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 아니겠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의 신분이었다가 대구 교육계의 수장으로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봉사를 하는데 ‘선거’까지 하면서 해야 할 일인가”라는 감정적인 생각도 교차했다.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따진다면 굳이 선거까지 해가며 교육감 직을 맡을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미사를 봉헌하던 중 ‘하느님께서 쓰시겠다는 소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대구의 전반적 어려운 교육환경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감’이라는 직책으로의 도전은 그런 밑그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개인적인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한편 그 과정에서 신앙심이 좀 더 깊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2011년 자살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우 교육감은 심적 고통이 컸지만 “대구에서부터 학교폭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 는 하느님의 뜻으로 여기고 사태 해결과 사후 예방 대책에 더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교리교사의 꿈
우동기 교육감의 향후 은퇴 후 꿈은 교리교사다. 1999년 영세를 하면서, 당시 세례를 주었던 본당 신부와 맺은 약속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9월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으며 그 꿈은 한층 구체화되고 가까워 졌다. 학위와 함께 국내외 교리교사로 활동이 가능한 선교사 자격증을 얻게 된 것이다.
입교가 늦은 처지이지만,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고모부와 고모 영향으로 ‘조과’, ‘만과’를 외웠던 기억은 가톨릭에 대한 호감으로 늘 남아있었고, 또 고등학교 시절 YMCA 활동을 하면서 성경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가 삶의 주변에 함께 했었다는 우 교육감.
영세는 자녀들 교육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커가는 자녀들이 좀 더 인성적인 면에서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근 본당 주일학교에 등록을 시켰다고 했다. 자녀 교육이 신앙을 갖는 결정적 동기였던 것이다. 이후 부인 이은숙(프란치스카)씨가 영세를 했고 우 교육감이 가족 중 마지막으로 세례를 받았다.
어린이를 사랑하신 예수님처럼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대목, 마르코복음 10장 13~16절을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꼽은 우동기 교육감. 그는 지역본당들이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성당 시설을 적극 개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두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죠. 아이들에 대한 하느님 사랑을 절실하게 드러내 주는 부분 같습니다. 주일학교의 기초가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우 교육감은 공교육의 시초가 교회에서 나온 만큼, 교구나 본당들이 주일학교를 비롯, 청소년 선교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입시 문제가 있지만, 학생들이 성당에 안 나온다고만 할 게 아니라 입시를 뛰어넘는 복음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주일학교 교사들이 청소년들과 잘 공감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도 필요하죠. 교회 공간도 아이들 중심으로 바뀌었으면 해요. 성당 마당에 농구장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 주차장으로 변신해 있죠. 별도의 청소년 쉼터 공간도 없고요.”
아울러 우 교육감은 빠른 속도로 진화돼 가는 청소년들과의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가톨릭교회 사제 양성 과정에서도 청소년 이해와 상담교육 관련 교과의 이론, 실습을 확대·강화하는 등 청소년사목의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이들은 부모, 교사의 헌신을 먹고 성장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부모, 그리고 교육 현장 일선의 교사들에게 남기고픈 이야기를 물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사랑과 헌신을 자양분으로 성장·발달합니다. 요즘의 세태는 마치 금전이 자양분인 것처럼 여기죠. 그래서 부모들의 마음과 희생이 아니라 대체 수단만 투입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통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해 6월 29일 대구 대신학원 대강당에서 열린‘대구대교구 가톨릭교직자 대회’중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우 교육감은 이날 모인 가톨릭교직자들에게 신앙적 소명으로 학생들에게 행복교육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 우동기 교육감은…
학력
▲영남대학교 행정학 학사(1979)
▲일본 쓰쿠바대학교 사회공학연구과 학술박사(1990)
▲미국 볼스테이트 주립대학 명예 인문학박사(2008)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2012)
경력
▲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객원교수
▲뉴욕주립대학(알바니) 록펠러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21세기 낙동포럼 공동대표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제12대 영남대총장(2005. 3.~2009. 1.)
▲제8대 대구광역시 교육감(2010. 7. 1.~)
수상
▲한국의 존경받는 CEO 대상
▲홍조근정 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