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나를 무척 예뻐하셨어. 기도할 때 늘 나를 안고 하셨지. 할머니 품 안에서 함께 기도를 했는데, 기도를 하기 싫어서 반항해본적은 없고, 기껏 했던 반항은 할머니 품에서 나와 옆에 앉아 기도하는 거였어.”
김영옥(비오·76) 공소회장은 증조부 때부터 전주교구 고산본당(주임 백승운 신부) 되재공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 기간 중 성당이 불타고, 십자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불에 돌돌 말아 숨기는 어르신을 보고 자란 아이가 이제는 공소의 큰 어른이 됐다.
“예전에는 아침기도를 조과라 했어. 저녁기도는 만과라 했고. 아침기도 때나 저녁기도 때나 늘 도문을 함께 바쳤지. 도문이 뭐냐고? 도문은 호칭기도야 호칭기도. 젊은이들에게는 좀 길게 느껴질지 모르겠는데 그 기도가 참 좋았어”
김 회장이 젊었을 때는 아침기도는 가족끼리 바치고, 저녁기도는 마을사람들이 모두 공소에 모여 함께했다. 각 성월에는 그 성월 기도를 하고, 사순시기에는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했으며, 전교주일과 11월 달에는 저녁마다 ‘연도’를 바쳤다.
“연도가 참 듣기가 좋았어. 지겹지 않았냐고? 당시에 하던 연도는 지금보다 더 느렸지. 그래도 얼마나 듣기가 아름다운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사실 요즘 기도는 너무 빨라.”
당시에는 연도뿐만 아니라 모든 기도들이 고유의 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기도문의 구절을 번갈아 노래하는 방법인 계응 양식으로 된 기도문들이 많아 가족이나 단체가 함께 모여 앉아 공동으로 기도를 바치기에도 좋았다.
“지금도 사순시기에는 매일 모여서 십자가의 길을 해. 오후 7시에 모여서 묵주기도 바치고, 만과 바치고, 성요셉성월 기도하고, 가정을 위한 기도하고, 복음말씀 읽고,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지”
어렸을 때 기도하기 싫지는 않았냐고 묻자마자 김 회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우리 어렸을 때 기도는 삶 자체였어. 안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 할머니가 ‘야, 일어나라’하고 등을 두드리면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함께 기도했어. 늦잠 한 번 잔 적이 없지”
태어난 지 3일이면 공소회장이 세례를 주고,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기도를 하다 보니 기도하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 됐다고 한다.
“천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고 기도를 같이 참여했지. 요즘처럼 막 교리를 배우고 기도문을 외우고 그러진 않았어. 그저 교리문답을 외우고 기도를 함께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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