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리구 기산본당(주임 한만삼 신부) 입구에는 커다란 달력이 붙어있다. 사순 릴레이 단식이라는 제목 아래 신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날, 원하는 끼니에 맞춰 이름을 적고 단식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우리 본당은 사순시기 릴레이 단식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의미를 잘 몰라 남의 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었죠. 그 후에 이 단식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됐고 꼭 동참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가 이번에 함께하게 됐어요.”
본당 릴레이 단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춘희(골롬바·56)씨는 이번 사순시기를 통해 주님의 고통에 하나라도 참여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특히 본당 주임 한만삼 신부가 릴레이 단식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나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나의 한 끼를 굶고 그 돈을 이웃을 위해 봉헌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와 닿았다.
“해마다 사순이면 각자 작은 결심 하나씩은 하듯이 저도 사순시기가 되면 늘 무언가 결심을 하곤 했어요.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끝이 대부분 부실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사순시기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충실히 보내보자고 결심했어요. 릴레이 단식은 저에게 딱 맞는 일이었죠.”
막상 단식을 시작하니 아침을 굶는 것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바쁘다보면 가끔 그냥 넘어가기도 하는 아침이기도 하고, 점심이 그리 멀지 않다보니 단식을 한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굶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까지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꼭 단식을 해올 수 있었어요. 주님의 도우심 덕분이죠. 특히 저녁에 단식을 하고나면 뿌듯한 느낌도 들어요.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 내가 이렇게 단식함으로써 가난한 이웃 누군가에게 한 끼의 식사가 전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기쁘죠.”
고픈 배를 안고 자려고 누웠을 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느님과의 약속도 지켰고, 나 자신과의 약속도 지켰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릴레이 단식 표에 이름을 적은 신자들끼리 서로 격려해주는 것도 단식을 지키는데 도움이 됐다.
“단식하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더욱 기쁘고 힘 있게 살고 있어요.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로 사순시기를 시작했고, 아직 사순을 다 보낸 것은 아니지만 마무리를 잘하고 싶고 부활 이후에도 이런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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