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와 이주민 등 이역 땅에서 누구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야전병원’ 역할을 해온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대표 안규리, 담당 고찬근 신부)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 새롭게 문을 연다.
라파엘클리닉은 서울 성북동 1가 8번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177㎡(356평) 규모의 건물을 후원받아 5월 4일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지난 1997년 4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톨릭교수회가 중심이 돼 문을 연 라파엘클리닉은 그간 독립된 공간 없이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 복도 등을 빌려 진료활동을 펼치며 하느님을 전해왔다
라파엘클리닉의 산파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1996년 서울대 의대 가톨릭교수회 회원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비참하다. 그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 이가 김 추기경이었다. 이듬해 4월 첫 진료소가 서울 혜화동성당 한켠에 문을 열었다. 1998년 여름부터는 동성고등학교 강당 복도를 빌려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 진료를 이어왔다.
라파엘클리닉은 ‘무료 종합병원’이나 다름없다. 외양은 보잘것없지만, 내과·외과·산부인과·안과 등 진료과가 20개나 된다. 처음 문을 연 초창기 하루 30명을 넘지 않았던 환자 수는 하루 300여 명, 한해 1만6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강당 긴 복도는 진료실이자 병실이었다. 진료를 위한 책상과 간이침대가 빼곡히 늘어선 임시 병원에서 환자들은 어깨를 부딪혀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 추기경은 생전 라파엘클리닉의 처지를 늘 안타까워했다. 김 추기경이 선종한 뒤 그해 2월 23일 라파엘클리닉 후원 계좌에는 340만원이 입금됐다. 김 추기경이 남긴 전 재산이었다. 고인이 하늘에서 보내는 응원 덕분이었을까, 서울대교구의 도움으로 5층짜리 건물을 무상 임대받아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벽돌 제조 전문업체, 창틀 제조업체, 건축사무소가 무료나 실비로 작업을 맡았고, 옛 환자 등 라파엘클리닉을 거쳐 간 이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라파엘클리닉이 들어설 새 건물 1층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월’이 세워진다. 고인이 남긴 사랑의 말들이 새겨질 예정이다. 또, 전문의들이 건강 상식과 질병 예방·관리법을 전하는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997년 처음 문을 연 라파엘클리닉은 그간 파키스탄·필리핀·방글라데시 등 78개국 18만4423명의 아픈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왔다.
※후원 문의 02-763-7595(국내후원), 02-762-7595(해외후원), 140-009-092711 (신한은행)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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