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이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자발적으로 찾아 공경하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자랑스러운 교회이다.
2013년 5월 23일자로, 로마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은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의 시복 추진을 공식 승인하고,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에게 관활권을 위임했다.
1610년 마테오 리치가 사망할 때 2500여 명의 신자들과 중국선교역사 기록(Fonti Ricciane)을 남겼고, 한문서적 20여 권 가운데는 이지조가 1628년에 펴낸 천학초함 속에 주요 글들이 들어 있다. 천주실의 저자 마테오 리치와 칠극의 저자 판토하는 이렇게 조선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들의 저술이 우리나라에도 전파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나라의 학자들은 선교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조선이 전 세계 상황에 접하게 된 것은 직방외기를 통해서였는데, 1631년 7월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 1630년 진주사로 북경에 갔다가 돌아온 정두원이 산동반도에서 일본에서 추방된 로드리게스 신부(1561-1634)를 만나 받아온 서양물품을 알린 것이다.
병자호란(1636)과 소현세자를 동행 수행했던 볼모 살이 8년 동안 북경에서 아담 살 신부 등을 만났던 이경상은 이벽의 6대 직계조였다. 그가 귀국하면 천주교가 전파될 수 있었던 기회였으나, 왕세자를 독살하고 중국인 환관 등을 추방함으로써 무산됐다.
마테오 리치는 적응주의로서 선교했다. 특히, 조상제례와 공자공경의 문제는, 제조경공(祭祖敬孔)이 민간 풍속일 뿐이지, 종교적 차원의 우상숭배가 결코 아니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적응주의 선교는 교회 내·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을 알지 못하는 학자들의 판단에 따라서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의 교서로, 적응주의 선교를 금지하게 됐다. 더 나아가 교황 클레멘스 14세로부터 1773년 예수회가 해산됐고, 유럽에서는 물론, 모든 선교지에서 추방됐다. 이 시기에 이승훈은 북경에 가서 돌아가지 않고 머물러 있던 프랑스계 예수회원 그라몽 신부에게서 제사금령을 모른 채 세례를 받았다.
서울 옥수동에 있으며 동호대교 앞에 있어 동호당으로도 불리는 독서당은 조선시대 때 주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사가독서 하도록 한 곳이다. 다산 정약용은 이벽이 공부하던 곳을 독서처라고 불렀는데, 이곳이 있었기에 1779년 천진암 강학이 가능했고, 이승훈의 영세도 가능했다.
천진암성지 내에는 세 곳의 묘역이 조성돼있다. 창립선조들의 묘역(이벽·이승훈·권철신·권일신·정약종)과 조선교구 설립자들의 묘역, 그리고 한국천주교회창립자 가족들의 묘역이다.
지금으로부터 235년 전, 1779년 기해년에, 한국천주교회 창립선조들은 천진암성지에서 장촉담경(張燭談經), 즉 촛불을 죽 늘어놓고, 밤을 새워 공부하고 기도하면서 한국천주교회가 탄생을 알렸다.
초기 한국교회사는 많은 부분을 정약용의 글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속뜻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기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잣대로가 아니라, 당시대의 분위기로 들어가서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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