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부활대축일. 우리는 아름답게 꾸민 부활 달걀을 서로 나누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고 부활의 기쁨을 함께 한다. 부활 달걀은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온 생명의 상징으로 부활의 모습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활 달걀을 이웃들에게 선물하기에 앞서, 부활의 그 의미만큼이나 달걀에 새 숨결을 불어 넣는 이가 있다. 바로 알공예가 고정선(바울리나·58·성남대리구 분당성마태오본당)씨이다.
알공예는 달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조, 에뮤, 메추리알 등, 다양한 크기와 색깔을 지닌 여러 종류의 알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간다. 그의 손길을 통해 평범한 모양새를 지닌 알들이 새로운 모습을 찾아간다.
예수부활대축일을 앞두고, 고씨의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인 그의 집을 찾았다. 그로부터 부활 달걀을 예쁘게 장식하는 방법을 전해 듣기 위함이다.
“부활 달걀을 만들 때에는 예수님이 부활하시기 전 받았던 수난과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돌가루, 모래 등을 활용합니다. 또, 막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절단을 통해 거친 단면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이는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단순한 생각과 같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작품을 오래두고 간직할 수 있도록 부패를 방지하고자 알 속을 비우는 것. 알을 세로로 들고 위, 아래 부분에 조심스레 구멍을 내어 안에 있는 노른자를 터뜨려, 속을 빼낸다. 이후 내·외부를 모두 깨끗하게 씻어내면 준비 작업이 마무리 된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금부터. 먼저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생각해보고, 손에 쥐기에도 어려운 입체 타원형 모양의 알 위에 특수제도기로 디자인을 한다. 적절한 장비가 없다면, 조심스레 들고 필요한 밑그림을 그리면 된다. 알공예는 이처럼 처음부터 손길이 많이 가는 만큼, 완성되기까지 정성도 배가 된다.
“알공예는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노력이 수반되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신중해지는 것은 물론,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성물을 만들 때면 더욱 그러하지요. 부족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을 주님께서 필요하신대로 끌어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예요.”
가능하다면, 좀 더 전문적인 작업을 위해 세밀한 절단이 가능한 그라인더를 써, 알을 색다른 모습으로 재단할 수도 있다.
다음 작업은 색칠 작업으로, 붓을 이용해 알의 외부에 원하는 색깔을 칠해준다. 물감이 마른 다음, 그 위에 원하는 그림의 부활 성화를 오려 붙여주거나 직접 색칠을 통해 그림을 마무리할 수 있다. 고씨는 부활의 기도를 드리는 아이와 천사들이 그려진 성화를 선택했다.
“기도 하는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예쁘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니스와 같은 코팅제를 발라 마무리 하고, 장신구를 달아주면 보기에 예쁜 부활달걀을 비교적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완성할 수 있다.
고씨의 알공예는 이밖에도 무궁무진하다. 그는 스폰지를 활용해 그라데이션 기법을 쓰기도 하고, 금지를 붙여 작품에 밝은 빛을 더하기도 한다. 아울러, 그림을 여러 겹 덧붙여 입체감을 주는 데코파주, 쉐도우박스 등의 방법도 활용한다.
고씨는 지난 2012년 성경잔치 때에 알공예를 바탕으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그의 집 진열장에는 성시스티나성당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작품 등 성지순례지 성당들과 디즈니 만화 캐릭터, 우리 민화 등 다채로운 주제를 품은 작품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고씨의 손길이 닿기 전에는 상당수 작품의 부속 재료들이 주변에 버려지고 쓰임을 다한 물건들이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사는 곳 아파트 주변이나, 길을 걷다가도 남들은 지나칠지도 모를 물건에 눈이 가고, 집으로 챙겨오게 됩니다. 가족들도 저의 작품을 위해 재료들을 공수해주기도 하지요. 이러한 물건들을 재활용하며 작품의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그냥 버려질 수도 있었던 물건들이 고씨의 손에서 부활의 길을 찾았다. 재활용 작품들은 알공예에 그치지 않고, 집안 생활용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의 재능을 찾고, 이를 통해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주변에서 명줄을 재촉한다고 할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그 성취감에 자꾸 찾아가고,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 저에게 힘을 보태줍니다.”
고씨는 이번 예수부활대축일을 기다리며, 여러 개의 메추리알을 무리지어 한 가지 작품을 만들고자 구상해왔다.
“더 깨지기 쉽고,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치겠지만 작은 메추리알도 모이면 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부활시기에는 이를 바탕으로 103위 성인과 관련된 작품을 계획해보고 있어요. 순교 신심이 예수님의 부활을 닮았으니까요. 더불어, 정말 소중한 기회가 주어져, 방한하실 교황님께 제 작품을 선물로 드릴 수 있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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