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고,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의 온전한 그림으로 완성하기까지는 공을 들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서로 간 소통의 부재와 이해의 부족으로 반복되는 갈등을 겪게 되는 우리의 가정생활을 다시 붙여놓을 수 있는 해결책 역시 관심과 노력에 있다. 교회가 가진 사랑과 화합의 모습은 이러한 역할을 더욱 증폭시켜 주기도 한다.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아, 한 가정을 선정, 낱개의 퍼즐 조각들과 같이 서로 멀어져만 가던 가정 구성원들이 교회 안에서 한 마음으로 모이고, 가정의 부활을 일궈가는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가정 안에도 화목함을 찾아가는 새로운 부활이 일어나기를 꿈꿔본다.
# 아빠의 이야기
법률상담을 하는 업무 특성은 물론, 활발한 본당 활동 등으로 약속이나 술자리가 잦았던 아버지 김호섭(프란치스코ㆍ42ㆍ수원대리구 상촌본당)씨는 항상 옆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들에게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결혼했을 때는 뭐든지 좋기만 하고, 옆에 있기에 행복했지요. 그렇게 죽도록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지만, 10여 년이 지나고 보니 내 곁의 가족보다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옛날의 그 사랑을 잊어버리고, 가족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아내와의 대화는 자극적이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국 화로 치닫기도 했다.
“이야기를 할 때면, 먼저 공격적이고, 반어적 대화를 이어가게 됐어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뭐라고 할까. 난 아내의 말에 무엇이라고 반응해야할까 눈치만 살폈지요. 대화할 때마다 상대의 마음보다는 상황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요.”
그저 설거지를 도와주는 등 집안일을 거들어주면 좋아할 것이라 여겼다. 잦은 술자리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진짜로 가족들이 원하는 바를 알지 못했고, 가족 간의 신뢰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관심도 잔소리로 들리기 일쑤였다.
# 엄마의 이야기
아내 임현주(글라라ㆍ42)씨는 남편 김씨의 잦은 술자리에 예민해져 있었다. 더욱이 사람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기셨던 친정아버지에게서 느꼈던 고민거리들이 고스란히 남편에게 투영되고 있었다.
밤늦게 부르는 술자리도 거절하지 못하고 나가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점점 불만이 쌓여가더니, 결혼생활 동안 봐왔던 남편의 좋은 모습들은 이미 가려지고 보이지 않게 됐다.
“남편과의 갈등이 생기면, 성당에 앉아 하느님께 따져 묻기도 했어요. 결혼생활을 후회하는 나쁜 마음을 갖기도 했지요.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하느님께 남편의 변화를 바라며 기도를 드리는 길밖에 없었어요.”
당시에는 가정생활이 큰 은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부부로서의 소속감도 잊고 살았다.
왜 남편과 부부로 맺어졌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자꾸만 부부 사이의 위기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남편이 저더러 자신을 미워하지 못해서 한이 맺힌 사람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지요.”
# 딸의 이야기
아버지 김씨와 어머니 임씨의 하나뿐인 딸, 지원양(마리아ㆍ12)에게 사춘기가 찾아올 무렵, 부모의 대립은 말할 수 없는 걱정거리였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김양은 말수가 줄었고, 소소한 일에도 신경질이 나고, 예민해지기도 했다.
아울러, 바쁜 일과 때문에 자신이 잠든 뒤에나 귀가하는 아버지 얼굴을 보기 어려웠기에, 대화시간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를 위해 기도했어요. 두 분이 더 이상 의견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도와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때는 부모님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안타까웠어요.”
김씨와 임씨, 두 사람의 고민도 당연히 김양이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임씨는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아이들이 변화되려면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 걱정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가정의 부활
부부는 최근 368차 매리지엔카운터(ME) 주말에 참가했다. ME 주말은 이들 가족들에게 가정의 의미와 그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지금은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지만,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가정 안에서 화를 줄이니, 밖에서도 화낼 일이 조금씩 사라지더군요. 가정에서 잘해야 밖에서도 잘 풀린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또한, 부부는 ME 주말을 통해 경청과 이해의 소통의 자세를 체득하게 됐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행동과 상황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한다.
“당장 해결 방법이 없다 해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물론, 여전히 다투기도 하지만 싸워도 금세 마음을 열고 풀어지게 되지요. 상대방의 상황과 행동을 탓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읽어보게 됐어요.”
다투기만 했던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가족 안에서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부 안에, 또 가족 안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체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 역시 스스로 변화를 꾀했다. 술자리를 조금씩 줄이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욱 많이 갖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주 김양과 놀아주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침, 저녁 기도도 함께 한다. 자연스레 대화의 시간도 많아지고, 때론 깊은 고민 상담도 한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우리 딸의 기도를 들어주셨나 봅니다. 생활이 바뀌니 가족 간 신뢰가 쌓여가는 것을 느껴요. 감사하는 마음이 배가되고 있어요. 평소와 다름없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예요. 기도 중에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가정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길 바라니까요. 이제야 하느님께서 일부러 남편과의 부부의 연을 이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더불어 가정 사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신앙 안에 가정이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있지만, 신앙 안에서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고, 또 다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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