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쉬는 날이다.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일요일만을 휴일로 여기는 모습은 많이 사라진 듯 하지만, 여전히 달력의 ‘빨간 날’은 일요일뿐이다. 또 일요일은 일요병(日曜病)이라는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오를 만큼 우리에게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일요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이었다.
일요일, 즉 주일은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일상이 됐지만, 사실 주일만큼 교회의 정신이 담긴 날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주일을 지키기 시작한 사람들도 한국교회의 신앙선조들이었다. 신앙선조들은 1895년 일요일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100년도 전부터 주일을 지켰다.
‘주일=휴일’이란 개념은 하느님의 창조가 6일간의 창조와 7일째 되는 날에 쉬었다는 창세기의 이야기에서 이어진다. 이스라엘인들이 지키던 ‘안식일’의 개념이 그리스도인들의 ‘주일’에 연결된 것이다. 하느님의 창조이야기에서 나온 주일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 안에서 쉬는 날’인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주일은 단순히 쉬는 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일은 유대인들이 지키는 안식일 다음날, 곧 주간의 첫날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이날을 모든 축일 중의 첫째 축일로, 주님의 날로 지키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은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그 기원을 둔 파스카 신비를 여덟째 날마다 경축한다”며 “그날은 당연히 주님의 날 또는 주일이라 불린다”고 말하고 있다.(106항)
전례주년에서 그 어떤 기념일과 축일보다도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이 주일이었다. 요한복음 20장도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바로 그 다음 주일에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부활한 예수를 만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은 비단 예수 부활 대축일만이 아니다. 우리가 매주 지내는 주일이야말로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주일에 담긴 의미를 기억하며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마음으로 주일을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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