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미리내는 소박한 본당과 성(聖) 김대건 신부님의 묘소와 경당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성지가 함께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주임신부님께서 제게 총회장 직무를 맡기셨을 때 눈으로 보는 만큼, 귀로 듣는 만큼 많은 관심과 행동이 따라야하는 제자로서의 길이 제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과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네”하며 순명하지 못하고 도망치던 요나와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한 신자였지만, 주변으로 눈을 돌려 제가 필요한 곳에서 주어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할 때 본당의 모든 형제자매님들이 함께해 주셨고, 또 힘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잘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를 통해서 주님께서는 당신이 하시고자 하시는 일에 함께하시며 그에 필요한 지혜와 은총을 내려주심을 또한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과 신년을 맞이하여 미리내본당 전 신자와 성지에 순례오신 모든 분들이 함께 떡국을 나누는 날로서 이날은 미리내에서 잔치가 열립니다.
당연히 주임신부님께서는 언제나 넉넉히 준비하여 순례 오신 분들이 부족하지 않게 떡국과 그 속에 스며든 하느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대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봉사자분들은 전날부터 사골을 사다가 정성껏 국물을 끓이고 몇 명이 오실까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느라 애를 쓰곤 했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해왔을 터인데, 총회장이라는 직무를 맡게 되고 보니 그제야 봉사자분들의 수고와 노력에, 그리고 힘들어도 항상 웃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는 아마도 주임신부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늘 기도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늘 이웃들에게 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되십시오”라는 말씀이 이제는 우리 공동체에 열매를 맺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실로 기도와 복음 말씀에 뿌리 내린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주임신부님과 우리 공동체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늘 기도하며 봉사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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