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가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를 봅니다. 그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구멍 뚫린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는 여전히 처참합니다.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시는 예수님 앞에서 토마스는 외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토마스는 예수님을 봤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토마스가 본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주셨습니다. 토마스가 본 것도 예수님의 그 상처였습니다. 그 상처를 본 이들이 예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셨던 분임을 확인했기에 믿음이 시작된 것입니까? 정말로 돌아가신 분이 다시 살아돌아오셨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까? 토마스를 비롯한 제자들이 본 것은 우리 일상의 복잡다단함과 갈등과 죄로 만들어진 상처였습니다. 그 상처로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그 상처를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대신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그 상처를 안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셨습니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넣었을까요? 손을 댈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만든 그 상처에 어떻게 손을 넣을 수 있겠습니까? 찢기고 뼈가 드러나는 그 상처, 진물이 흘러 나오는 그 상처는 육신의 상처이기도 하지만 우리 마음의 상처, 우리 과거의 아픔입니다. 그래서 토마스는, 우리는 손을 넣어서 상처를 만질 수 없습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상처를 우리들에게, 토마스에게 스스럼없이 드러내보이십니다. 손가락을 넣어서 만져보라고 하십니다. 진정으로 예수님께서는 죄 없으신 분이십니다. 이 상처를 두려움 없이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제자들과 토마스가 누리고 있는 이 기쁨을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의 상처를 보지 않고 이 기쁨에 동참할 수는 없습니다. 보지 않고도 우리는 믿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까? 우리는 직접 보고 만져봐야 믿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상처를 어디서 어떻게 보고 만질 수 있습니까? 예수님의 상처는 도처에 있습니다. 우리 안에도 있고,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우리 이웃들 안에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 상처는 내가 만든 것도 있고, 다른 이들이 만든 것도 있습니다. 지금 피가 흐르고 진물이 나오는 그런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이 나를 비롯하여 너무 너무 많습니다. 가만히 세상의 소리에 귀기울여 보세요. 고통 중에 신음하는 소리가 얼마나 처절한지 들어보세요. 내 마음 안에도, 내 육신 안에도 상처들은 적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멀리하면서 상처들은 더 깊어지고 커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 아프지 않은 척 하면서 살기도 합니다.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상처는 온 세상에 드러났는데, 내 상처와 우리의 상처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또는 세상의 힘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우리의 손을 묶어놓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상처와 내 상처와 이웃의 상처를 잊어버리라고 합니다. 그것이 더 편한 삶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는 부활을 모르게 됩니다. 부활은 상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부활을 알아듣는 것은 보기 싫고 만지기 싫은 나와 우리의 상처를 보고 만질 때입니다. 언제 우리가 예수님을 찾습니까? 상처가 심했을 때입니다. 가리다 가리다 더 가릴 수가 없을 때!
우리가 상처를 보고, 만질 때 새생명이 싹틉니다. 아프지 않다고 애써 용쓰면 새생명인 부활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상처를 예수님처럼 온 세상에 드러내 부활의 기쁨을 만끽합시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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