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칙연산 기호 중에서 교회에서 유래된 기호가 있다. 흔히 덧셈 기호(+)가 십자가 모양으로 교회와 연관 있어 보이지만, 교회에서 유래한 기호는 바로 곱셈 기호(×)다.
곱셈 기호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오트레드(William Oughtred)다. 오트레드는 15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수학기호를 만들어 오늘날까지 그의 기호가 몇몇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호가 바로 곱셈 기호다. 오트레드는 1963년 「수학의 열쇠(Clavis Mathematicae)」에서 곱셈 기호를 처음 사용했다.
오트레드는 곱셈 기호의 모양을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에서 따왔다. 덧셈기호가 라틴어에서 ‘~와/과’를 뜻하는 ‘et’에서 나오고 뺄셈기호가 ‘minus’의 ‘m’을 빨리 쓰는 과정에서 나온 점을 생각하면 수학기호에 종교적인 의미를 담았다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산술, 대수 등을 논하며 영국 수학계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로 유명한 오트레드의 직업이 성공회 신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도 하다.
베드로의 형제이자 열두 제자의 한 사람인 성 안드레아는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그리스에서 설교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에 관해서 확실하게 언급한 문헌은 없지만 전승에 따르면 성 안드레아는 그리스의 파트라이에서 X자 형태의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십자가에 못 박힌 성 안드레아는 이틀 동안이나 십자가 위에서 사람들에게 설교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서 X자 형태의 십자가를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로 부르고 있다. 그래서 성 안드레아 성인을 묘사한 성화나 성상을 보면 이 십자가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리스도교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성 안드레아 십자가’가 익숙한 편이다. 다리가 X가 형태로 퍼진 호랑거미는 영어로 ‘성 안드레아 십자가 거미(St Andrew’s Cross spider)’라고도 불리고 철길 건널목의 X자형 신호등도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성 안드레아를 주보성인으로 여기는 스코틀랜드는 국기에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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