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벳에서 룸벡까지는 큰 길을 따라 갑니다.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이 길, 2011년 남수단이 독립하기 전까지는 종종 보수가 되던 길인데 독립을 한 이후로는 전혀 보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 길이 좋을 때는 시속 100km로도 달릴 수 있던 길이었지만 이제는 시속 20km로 달리기도 어렵습니다.
웅덩이를 피해가며 한참을 달리던 중 수십 대의 컨테이너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컨테이너 차량들을 지나치다 보니 중간에 컨테이너 한 대가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오던 차들은 쓰러진 차를 피해 진흙탕 길로 돌아 넘어오고 있습니다. 그 모습도 아주 위태위태합니다. 이제 우기의 시작일 뿐인데, 3년 동안 망가지기만 한 길인데, 이번 우기 내내 이 길을 어떻게 다녀야할지 걱정이 됩니다.
60km가 채 안 되는 길을 세 시간 동안 달려 룸벡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늘 미사를 드리던 장소의 대문은 잠겨있고, 성당 주변에는 어린 아이들만 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톤즈에서 오신 존 피터 신부님을 만났는데 하시는 말씀이, “날씨 때문에 어제 비행기를 타고 오시려 했던 주바 보좌 주교님이 오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가능하면 다니고 싶지 않은 그 길을 세 시간에 걸쳐 나왔는데 주교님이 오시지 못해서 미사가 취소가 됐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룸벡교구에는 아직 주교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마쫄라리 주교님께서 돌아가신 뒤로 3년이 되어감에도 새 주교님 소식은 없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교구에서 미리 연락을 해줬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다시 그 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힘이 빠집니다.
돌아가면 바로 본당 신자들과 함께 주님 만찬 미사를 드려야 합니다. 쉐벳은 여섯 시, 아강그리알은 여덟 시에 미사가 봉헌됩니다. 그래도 성유 축성 미사의 취소로 일찍 돌아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쉐벳으로 돌아오던 중, 로레토 여자 고등학교에 들러 장학금을 전달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큰 길로 들어서는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얼른 차에서 내려 뒤로 돌아가 차를 살폈더니 뒤쪽 판스프링을 잡아주는 U자 모양의 볼트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쿵쾅쿵쾅 길 같지 않은 길을 달리던 중 빠졌나봅니다. 스프링이 한쪽으로 기울어 타이어 림 안쪽에 닿고 있는 안 좋은 상황입니다. 룸벡의 정비소에 연락을 취하고 부품을 가져다 수리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고. 여섯 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미사는 결국 여덟 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쉐벳에서 한 시간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아강그리알은 아홉 시가 넘어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 쉐벳에서 룸벡까지 가는 길이 한동안 보수가 되지 못해 이곳저곳 웅덩이가 파여 있다.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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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