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자본주의 경제구조는 정글의 야생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수치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냉혹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 우리사회는 충분히 악하고 병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많은 이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왔다. 놀랍게도 과천에서는 2000년부터 이미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주민들 스스로 찾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것이 ‘과천 품앗이’이다.
‘과천 품앗이’는 대안화폐 ‘아리’를 통해 대안 경제를 생각하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이웃의 집안일 도와주기, 아이 돌보기, 교육 품, 여행 중 강아지 돌봐주기 등을 진행하고, 여행 컨설팅 품과 차량이 필요한 이를 위한 차 품 등 다양한 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노동은 동등하다는 의식을 갖고 품을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신뢰를 바탕으로 이웃들의 품을 통해 나누는 공동체인 것이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는 월례회를 여는데, 그 장소 또한 지역의 교회, 가정집 등 빈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상근자가 없고, 회원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영위원들에 의해 운영이 되기에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들은 품을 통해 자신들의 필요를 제공받고, 제공하는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친교와 나눔의 모습은 우리 천주교회의 소공동체가 지향하는 바와도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우리사회는 함께 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전통적인 공동체가 붕괴됐다. 그 결과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외롭고 위험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교회의 공동체들이 ‘과천 품앗이’ 같은 지역의 공동체들과 좋은 가치를 공유하고 나누는 움직임들을 가시화할 수 있다면 참된 지역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