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교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제124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5월 1일)을 맞아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한국교회 내 노동자는 최소 3만5500명에서 최대 4만5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정치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 교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료의 범위가 다르고 집계 방식이 상이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통계조사를 위해 각 교구 사무처와 관리국 등 유관기관을 비롯해 교회 내 유지재단은 물론 사회복지 시설 및 기관 등을 관할하는 각 교구 사회복지회(국) 등의 도움을 받아 대면 및 유선 조사를 실시했다. 또, 주교회의 발행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3’ 등을 참조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서울대교구가 의료사업 분야에서만 5개의 종합병원, 1개의 의원을 운영하며 1856명의 의사와 3570명의 간호사를 보유,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6개의 종합병원과 2개의 병·의원급 시설을 보유한 대구대교구도 의료사업 분야 인력만 2547명(의사 693명, 간호사 1854명)에 달했다. 수원교구는 1개의 종합병원과 3개의 병·의원급 시설에서 1112명(의사 363명, 간호사 749명)의 의료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회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만 총 1만2717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료사업 통계에는 의료 인력 외에 상당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행정직·관리직 노동자는 물론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아 의료사업 분야에만 2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비교적 통계 파악이 잘돼 있는 대구대교구만 보더라도 의료인력 2547명 외에 1430여 명이 행정직·기술직·기타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한국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의 발달 진행과정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진행하는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 편람’ 조사사업에 따라 2011년에 이뤄진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 현황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교회 내 1170여 개 사회복지 시설·기관에서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 현황을 추산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성직자 수도자를 제외한 평신도는 865개 시설에서 시설당 평균 8.35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신자의 경우도 608개 시설에서 시설당 평균 7.39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회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평신도와 비신자를 포함한 노동자 수는 1만1716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나아가 2013년 말 현재 1327개 시설·기관으로 13.4% 이상 늘어난 사회복지 분야 규모를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만 봐도 1만3286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사회복지 활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사회복지 분야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할 때 교회 내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직원 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분야 다음으로 교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 분야에서도 이 같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구 내 24개 유치원에서 재직하고 있는 246명의 교사를 필두로 초등학교(1개) 27명, 중학교(2개) 61명, 고등학교(3개) 193명, 대학교(2개) 1038명 등 1565명의 교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 통계에는 교원 외 교직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치원을 비롯해 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초·중·고등 교육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원은 총 718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교구 운영에 있어 일차적인 기반이 되는 교구청과 교구 내 각 본당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비정규직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교구별로 큰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본당 사무장과 사무원을 비롯해 관리장까지 통계에 넣은 인천교구의 경우 교구 내 본당에서만 25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사무장이 없는 본당이 많은 원주교구의 경우는 교구청 직원까지 합해 4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교구별 차이와 현실을 감안할 때 교구 운영에 근간을 이루는 교구청 및 본당에서 교회 일을 하고 있는 종사자는 39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장 조해인 신부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가 교회 안에서도 제 몫을 찾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교회 내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부터 제대로 파악돼야 사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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