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여부를 떠나, 누구든 생명을 일부러 해하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간생명을 외면하고 ‘죽음의 문화’를 쌓아가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김정숙(클라라·56·사진) 서울 시흥동본당 요한 바오로회 회장은 “더 이상 ‘잘 모른다’는 이유로 우리 삶터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외면해선 안 된다”며 “이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생명의식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특히 “청소년들이 생명의 문을 닫는 행동들을 무분별하게 저지르지 않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각종 외설과 욕설을 비롯해 왜곡된 성의식과 가치관을 주입하는 대중문화 상품들, 성기능에 좋다는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마구잡이로 먹는 행태, 여성을 노리개로 치부하는 비뚤어진 사고, 중독성을 보이는 성행위와 온갖 형태의 성추행, 인공피임…. 김 회장은 “이렇게 생명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주인공이 바로 하느님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인간들이라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김 회장이 대표를 활동 중인 ‘요한 바오로회’는 서울대교구가 각 본당 생명분과(위원회)의 한 형태로 장려하는 생명수호단체다. 서울 시흥동본당(주임 주수욱 신부)은 지난해 ‘요한 바오로회’를 공식적으로 설립, 본당 안팎에서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현재는 김 회장을 포함한 12명의 회원들이 생명을 위한 기도 봉헌과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한 연령별·대상별 생명교육, 임신부 및 태아 축복미사 등을 주관한다. 특히 김 회장은 교구에서 양성한 ‘본당 생명교사’ 자격을 갖추고 본당 내 각종 생명교육 기획 및 강의 등을 담당한다.
김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여느 기성세대들처럼 ‘성행위’ ‘피임’은 물론 ‘자궁’이라는 단어조차 금기시해야 한다는 편협한 사고를 품고 있었다. 강론이나 특강 등에서 낙태문제가 거론되면 ‘왜 교회에서 저런 말을 할까’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그러던 중 피정을 통해 ‘생명의 신비’와 생명수호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부터 그의 삶도 변화시켰다.
김 회장은 우선 한국 틴스타 교사 양성 교육을 이수하고, 교구에서 실시하는 생명 수호 관련 세미나와 교육 등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그릇된 의식부터 고쳐나갔다. 이후 본당 주임 주수욱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본당 사목회 기획분과 등의 후원에 힘입어 ‘요한 바오로회’ 설립의 주축을 이루게 됐다. 본당 구역·반장들은 물론 각 단체 회원들과 청년성가대, 주일학교 교사 등을 위한 기초 생명교육 강사로도 적극 나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생명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하게 됐다.
김 회장은 “생명교육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본당 사목현장에서 생명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본당 사목자의 지원과 의식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김 회장은 “앞으로는 아직 생명분과(위원회) 등을 설립하지 못한 지구 내 이웃본당들과 다양한 과정의 생명교육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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