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좀 일어나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진교가 많이 아파. 힘든 거 알아 알지만 제발 일어나, 제발”
진심을 담아 간절히 불러보지만 남편에게는 닿지 않는다. 길어진 손톱을 깎아주고, 눈곱을 떼어주고, 입안도 깨끗이 닦아주던 김은희(비올라·42·수원교구 동탄능동본당)씨의 눈이 또 붉어진다.
“손톱을 너무 짧게 깎았네. 아프겠다, 미안해.”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 마는 김씨. 그러나 김씨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은 없다.
지난 해 7월 27일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남편 정연석(48)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껏 아무런 의식도 없이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다. 입원 전 180cm의 키에 100kg의 건장했던 남편은 지금 뼈만 앙상한 노인의 모습이 됐다. 눈을 감지도, 입을 다물지도 못해 눈은 충혈됐고, 입안은 염증으로 인해 냄새가 심했다. 휴대전화 속 사진의 남편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남편이 쓰러진 이후에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일도 못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녔죠. 남편이 반드시 일어날 거라 생각했어요. 반드시.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동네에서 금슬 좋기로 유명했던 부부였다. 자식도 5명이나 된다. 이제 5살된 막내 딸을 특히 예뻐했다고 말하던 김은희씨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막내 진교가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안 자 병원에 데려와 봤어요. 이제 겨우 11개월 된 아이인데 폐렴에 장염에 중이염이라네요. 다른 애들보다 성장도 더뎌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월세가 밀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상황인데 장사마저도 잘 되지 않아 접어야할 판이다.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을 보호시설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큰 딸이 차라리 자기가 죽겠다며, 죽어서 아버지가 깨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에 딸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들 때문에 살고 있어요. 저는 힘들 틈도 아플 틈도 없어요. 큰 애가 클 때까지는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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