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들은 무겁지만 제 마음은 가볍고 즐거워요. 이번 독주회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허심탄회하게 내보이는 연주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바이올리니스트 이보연(레지나·42·명동본당)씨가 9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특별한 독주회를 연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내가 사랑하는 한국음악’이 그것.
끊임없이 한국의 창작곡을 발굴하고 초연해 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한국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 여섯 곡을 연주한다. 음악계에서 한국 현대음악으로만 구성된 연주회가 마련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매 독주회 때마다 레퍼토리에 한국 음악을 한 곡 이상 꼭 포함시키는 이씨도 2001년 작곡가 강준일 선생의 곡으로만 연주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작곡가 윤이상과 안상미, 강준일, 이건용, 김인규의 곡을 연주한다. 모두 이씨가 사랑하는 한국음악이다. 그 가운데 후반부에 연주되는 이건용 선생의 ‘랩소디’와 강준일 선생의 ‘슬픈노래’는 평소 즐겨 연주하고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작품이다. 또한 촉망받는 작곡가 김인규씨의 ‘디베르티멘토2’는 세계 초연작품으로, 이씨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작품이다.
“서양악기인 바이올린으로 한국적 음악을 연주하면서부터 정체성을 고민해 왔어요. 그런데 최근 답을 찾았어요. 내 손에 들린 악기가 바이올린이든 해금이든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서를 드러내는 데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거죠.”
이씨가 현대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다. 국내 데뷔 공연을 앞두고 강준일 선생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한국적인 음악의 특성에 대해 배우게 됐다. 줄을 짚어 본래의 음 이외에 여러 가지 음을 내는 ‘농현’(弄絃)과 한국 장단에 매료된 이후 그는 오랫동안 한국음악을 연구하고 한국 전통무술인 수렵도를 배우고 있다. 호방한 정서를 담고 있는 현대 한국음악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한국적 음악을 연주하면서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관념적인 현대음악과 달리 혈맥이 뛰다보니 외국인 청중들도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한 이씨는 최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더 재미있고,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일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과 음악 연주, 스터디 등을 공유하는 ‘더 로마즈 아티스트 소사이어티’를 결성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렇듯 왕성한 활동 중에도 매주 일요일 정오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톨릭합창단 반주단 돔앙상블 단장 역할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 이씨는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공연을 자주 마련하고 더불어 한국적인 색채와 정서와 연주법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며 “그래서 많은 음악가들이 연주회 때마다 의례 한국음악을 연주하는 전통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2-586-0945 예인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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