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 시각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던 4월 27일 오전 로마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는 시성식장에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교황청은 시성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장권 발행도 고려했지만 입장권이 부정한 방법으로 유통될 것을 염려해 ‘선착순 입장’ 원칙을 내세웠다. 두 교황이 동시 시성되는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하려는 수천 명의 신자와 시민들은 시성식 전날 성 베드로 광장 주변과 로마시내 성당, 거리에서 텐트를 치거나 이불만을 덮은 채 노숙하며 시성식 날이 밝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노란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경찰들은 초조하게 입장을 기다리는 군중들을 시성식 당일 새벽 5시30분부터 구획을 나눠 한 차례에 수백 명씩 성 베드로 광장으로 입장시켰다. 구획을 나누지 않고 군중들이 앞다퉈 입장할 경우 무질서가 초래돼 서로 뒤엉키거나 넘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부 군중들은 경찰들이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는데도 아랑곳없이 시성식의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광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극성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성식 참석자들은 불상사 없이 시성식장에 입장했지만 성 베드로 광장에는 50만 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30만 명은 로마시내 고대 유적지와 나보나 광장 등 도시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성식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나보나 광장은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인 폴란드 순례객들로 가득차 금세 ‘지붕 없는 성당’으로 변모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시성식 미사를 공동집전하는 전 세계 추기경 150명과 주교 700명, 사제 6000명이 자리했고 가능한 많은 신자들에게 성체를 분배하기 위해 부제들도 참석했다. 미국 몬테레이교구 윌리엄 다이트위그 부제는 “오늘 시성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이들이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시성식의 한 부분이 됐음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광장 안에는 취재가 공식 허용된 취재진만 3000명에 달해 두 교황의 동시 시성이 신앙을 초월해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두 교황의 시성은 성 베드로 광장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초월했다. 요한 23세의 출신 교구인 베르가모교구와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 바도비체, 교구장으로 봉직했던 크라코프 등에서는 시성식 시간에 맞춰 시성식을 기념하는 미사와 축하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아르헨티나의 폴란드인 공동체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성당에 모여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을 경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폴란드 타트라산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에서도 두 교황의 시성식을 축하하는 이채로운 미사가 봉헌됐는데 이것은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되기 전 폴란드에서 스키를 즐겨 탄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과 동시에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현충원’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현충원’으로 개명하는 현판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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