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유다 그 녀석은 왜 그런 짓을 했다니? 그러고는 목을 매! 사제들은 도대체 자기들이 뭘 그리 잘했다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거야? 잘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맨날 거드름만 피우면서, 잘난 척은 또. 빌라도 그놈도 그래. 뭐 어찌 예수님을 살려줄 듯하더니. 꼬리 내리고 군중들 무서워서 바라빠나 내주고. 도대체 한 놈도 예수님을 살리려고 안 그랬어. 그 착하고 좋으신 분을.” “그런 말 하면 뭐 하나? 다 끝난 일이야. 예수님도 돌아가셨고, 제자들도 어디로 다 숨었고. 우리도 뭐 잘한 것은 없잖아. 예수님 잡히시던 날 너나 나나 다 도망쳤잖아. 지금 우리가 이렇게 열 내봐야 아무 소용없어. 참자!” “야! 이게 참아서 될 일이냐? 선하신 분, 예언자이시고 우릴 구원해 주실 분이 하루아침에 돌아가시고 안 계셔. 우리의 희망을 그놈들이 송두리째 뺏어버렸어. 어디 가서 이 답답함을 하소연해야 하냐? 전에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시고 토닥여주셨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냐?” 이렇게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은 절망에 싸여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예수님 사건에 대해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화가 나 있습니다. 제자들과 군중과 사제들과 빌라도와 예수님을 돌아가시게끔 한 모든 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예수님 곁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공생활 3년여를 함께 동고동락했기에 예수님의 죽음에 누구보다도 더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화도 납니다. 절망에 싸인 제자들은 희망과 미래를 잃고 다시 살아보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예수님을 그렇게 떠나보낸 것이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워서 한탄을 합니다. 지난 3년이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 버린 것만 같습니다.
화가 난 이 두 제자들이 기쁨으로 가득 차서 예루살렘으로 달려갑니다. 어떻게 슬픔, 미안함, 안타까움, 화, 절망에 싸여있던 사람들이 기쁨과 희망으로 마음이 타올라 잡혀갈지도 모르는 사지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을까요? 화와 기쁨 사이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계셨습니다.
예수님에 관해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걷던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 함께 걷기 시작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물으십니다. 제자들은 신나게 예수님께 일어난 일을 말씀드립니다. 예수님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났을 것입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눈 형제요 스승이신 예수님을 잃어버린 슬픔을 이야기하면서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게 돌아가신 예수님을 제자들이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이야기 해주십니다. 수난당하시기 전에도 예수님께서는 몇 차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수난받고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성경에 기록된 그 모든 일들을 다시 제자들에게 상기시켜주십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제자들의 마음에는 ‘그래, 맞아. 예수님께서 그러셨지. 성경에서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들었지. 맞아, 예수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부활하여 계실 거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 예수님께서 무덤 속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남아계시지 않을 거야.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오고 계실 거야.’ 희망이 생깁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절망 가운데 찾아오십니다. 화로 인해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완고한 마음속으로 오십니다. 절망과 완고한 그곳에 살며시 다가와 기쁨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제자들은 마음이 타올라 달려갑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절망적이라면 그곳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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