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신앙생활을 하는 한국 신자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갑니다. 모쪼록 신앙을 통한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안데스산맥과 마추픽추유적 정도로만 알려진 나라 남미 페루, 그곳에서도 3500~4000m 고산지대에 대부분의 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시쿠아니대목구(pleratura sicuani)를 이끌고 있는 페드로 알베르토 부스타만테 로페즈(Pedro Alberto Bustamante Lopez·49·사진) 주교는 한국교회의 현재를 ‘행복’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우리나라 의정부교구만한 관할구역에 현지인 신부가 10명밖에 되지 않는 시쿠아니대목구의 현재에 한국교회가 적잖이 겹쳐 떠올랐을 법하다.
시쿠아니대목구장으로는 처음 4월 28일~5월 5일 한국을 찾은 부스타만테 로페즈 주교는 페루에 선교사제를 파견한 바 있는 서울·수원·안동·의정부교구 등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7박8일간의 바쁜 일정에도 그의 뇌리에서는 페루교회의 현재가 잠시도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교회 역사에서 사제가 충분한 시기는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페루의 산 속에는 사제가 아예 없습니다. ‘부족’과 ‘없음’은 너무나 큰 차이입니다. 오늘날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디에 먼저 눈길을 주실까요.”
가까운 본당 사목방문을 위해서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할 정도로 현지 사정은 열악함 그 자체다. 본당이 35곳이지만 사제수가 부족해 한 신부가 네댓 개 본당을 맡아 사목하는 건 물론이고 본당 한 곳에 딸린 공소만도 20~30개가 돼 공소 신자들이 신부 보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페루 북부 안카쉬(Ancash) 태생으로 남부 안데스산맥에 위치한 아리키파(Ariquipa)교구에서 총대리로 활동하다 지난해 8월 주교로 서품돼 페루교회의 아픈 현실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부스타만테 로페즈 주교는 교육과 성소 계발에서 미래를 찾았다. 3일 안동교구청을 방문해 권혁주 주교와 만난 자리에서 페루교회의 사제 양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방한 일정에 수원가톨릭대학교 방문을 잡아 꼼꼼히 챙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관할지역 내 30만 인구 대부분이 신자이지만 밀가루와 설탕으로 공략하는 개신교의 공세적인 선교활동에 많은 이들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눈뜨고 보면서도 별다른 손을 쓸 수 없는 처지가 가슴 아플 뿐이다. 이 때문에 대목 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신부들은 그에게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형제들에게 한국 신자들의 행복에너지를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