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교회의 역사 알려
한국교회는 200여 년의 역사 중 몇 차례의 대규모 역사 전시회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설립된 1964년 ‘한국 교회사 사료 전시회’가 신문회관에서 개최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과 파리외방전교회 창설 3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 전시에서는 서적 172점, 서화 17점, 유물 15점이 공개됐다.
1976년은 시작부터 끝까지 교회 역사 전시회로 장식한 한 해였다. 신앙 자유기 이후의 천주교회사 사료를 전시한 ‘서울대교구 설정 65주년 기념 사료 전시회’와 한국 천주교회사 관련 사료 및 지도와 사진을 공개한 ‘사료 전시회’(한국교회사연구소 주관)가 국내와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 성체대회에서 열렸고, 한국복자수녀회가 주관한 ‘순교자 유품전시’가 복자수녀원에서 진행됐다.
이후 역사 전시회는 꾸준히 이어졌다. 대구대교구는 1981년 설정 70주년을 맞아 신앙선조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한국의 근대화를 위한 숨은 노력으로 점철된 한국교회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료 전시회’(가톨릭신문사 주관)를 마련했다. 여명기 순교자들의 처절한 순교 기록과 성장·발전기 선각자들의 피나는 활동상이 생생한 자료를 통해서 펼쳐졌다. 특히 1964년 대구대교구청사 화재로 귀한 자료들이 소멸되는 역경 속에서도 사료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들이 협력해 수집한 자료를 내놓아, 전시회의 의미를 더했다.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이기도 했던 1981년에는 또 하나의 큰 역사 전시회가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교구사 자료 전시회’(한국교회사연구소 주관)가 그것. 이 전시에서는 당시 발견된 순교자의 유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이 루갈다의 십자가와 다산 정약용의 무덤에서 발굴된 십자가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료들이 공개돼, 연일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그 결과, 6일이라는 짧은 전시 기간 중 최다 인원 관람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전시회로 기억된다. 2년 후인 1983년에는 ‘한국 천주교 창설 200주년 기념 순회 전시회’(한국교회사연구소 주관)가 교회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진행됐다.
1996년에 열린 가톨릭대에서 열린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전시회’(한국교회사연구소 주관)는 한국교회사연구소와 절두산 순교기념과, 부산 한국순교자기념관 등에 분산돼 있던 김대건 성인화와 김 신부의 친필서한, 유해 이장기, 시복교서, 형구, 제의 등 김대건 신부 관련 자료 및 역사적 사료 130여 점을 총 망라한 전시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신앙심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 1996년 열린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고 김수환 추기경.
▲ 1981년 열린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교구사 자료 전시회’ 모습.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별곡전’
전시 형태로 교회의 역사를 담아내는 일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동소문·서소문 별곡전’(가칭)은 1996년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전시회’ 이후 18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실 총 규모만도 1296㎡(서소문 별곡 864㎡, 동소문 별곡 432㎡)에 달한다. 사료와 유물뿐 아니라 무대연출, 영상 등 다양한 연출기법을 활용해 박해 현장을 재현, 완성도 높은 전시를 구성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많은 교회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천주교회의 위상을 국내외에 알리는 것은 물론 시복을 앞둔 하느님의 종 124위와 103위 성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기념전시관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소문 밖 순교 성지 조성사업과 맞물려 그 중요성과 의의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과 더불어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전시를 추진하고 있는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는 “‘동소문, 서소문 별곡’전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역대 최대의 전시가 될 것”이라며 “독일 오틸리엔 수도회와 교황청 민속박물관, 파리외방전교회 등의 한국교회 관련 유물은 물론 한국교회 순교자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는 자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 신부는 또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기념전시관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회 유물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서소문 천주교 성지 관련 유물수집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서소문역사공원·순교성지조성위원회는 KBS와 함께 오는 7월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교회 최대 순교성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중심으로 역사적 의미와 우리의 역사 현장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