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오직 하나,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내십니다. 우리 각자에게 고유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오십니다. 똑같은 방법으로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옆에 사람이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다가오셨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내게는 이런 방식으로 오셨는데”라고 합니다. 우리가 당신 앞에 나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십니다.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포옹으로, 단호한 말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끔한 충고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당신 앞에 나와 섭니다. 당신을 바라보고 기다립니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앞장서서 가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길은 말랑말랑한 길이 아닙니다. 수난의 길입니다. 고통의 길입니다. 모욕과 업신여김을 받는 길입니다. 가난한 길입니다. 이런 길을 우리는 걷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길은 잘못된 길, 실패자의 길이라고 배워왔습니다. 그 길의 맨 앞에 예수님께서는 서 계십니다. 그리고 따르라고 하십니다. 많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따랐습니다. 지금도 많은 형제, 자매님들께서 이 험한 길,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계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고 듣고 따르고 있습니까?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는 달콤합니다. 예수님의 길에서 멀어지게 하는 유혹의 소리입니다. 부유함을 쫓게 합니다. 그래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게 합니다. 나의 안위와 영달을 우선합니다. 나를 드러내는 명예와 교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남보다 더 위에 서야 합니다. 잘 난 나에게 사람들은 박수 쳐야 합니다. 그곳엔 낯선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부, 명예, 교만을 쫓아 온 이들이 모여 서로 싸웁니다. 더 나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놓고 다툽니다. 양보, 사랑, 평화, 격려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목소리와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양들은 구분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어떻게 대해줬는지를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쓰셨습니다. 낯선 사람들은 양들이 죄를 짓고 죽음으로 향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이것을 양들은 압니다. 양들은 목자이신 예수님과 오랫동안 지냈습니다.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은 예수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입니다. 그분 목소리, 숨소리, 냄새, 걸음걸이, 걸을 때 나는 소리,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바로 그분을 아는 것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도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을 당시를 돌아보면, 부르심의 그 목소리를 듣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제 곁에서 부르고 계셨습니다만, 저는 그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성공, 출세, 부라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예수님의 목소리는 낯설었습니다. 기도를 하기 시작하고, 예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양이 되었습니다. 친구가 되는 데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예수님께서 이름을 불러주셨고, 그 목소리를 듣고 예수님께 나와 섰고, 그분 뒤를 따라나 섰습니다. 이제 몇 발자국 따라 걸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예수님과 함께 걷고자 따라 나서시는 많은 신자 분들 앞, 뒤, 옆에서 지팡이, 의자, 등불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이란 문을 통해 드나들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생명이 넘치는 세상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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