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남수단 유전지대 ‘벤티우’에서는 딩카족에 이어 두 번째 다수부족인 누에르족이 중심이 된 반군이 마을을 공격해 점령한 직후 부녀자를 포함한 수백명의 딩카족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그로 인한 상처가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른 위로와 교훈을 건네기보다는 상처받은 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한 기도와 노력이 무엇보다도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사순 시기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당신께서 사랑하신 제자들과 저녁 만찬을 함께 하셨음을 신자들에게 강론하며 질문했습니다. “만일 내일 예고된 죽음이 찾아온다면 여러분은 오늘 누구와 무엇을 가장 하고 싶습니까?”
저의 갑작스런 질문에 모두들 당황해서 저의 시선을 피합니다. 결국 1분여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본당 교리교사 직책을 맡고 있는 루엣에게 다시 직접 물었습니다. “오늘 이 밤이 죽음을 앞둔 당신의 마지막 시간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러자 그는 점점 작아드는 목소리로 “아부나, 저는 집에 있는 먹을 것을 싸가지고 외딴 곳을 찾아가서 혼자 배부르게 먹을 것입니다.”
그 순간에 저는 그 대답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가벼운 농담처럼 생각하고 크게 웃어버린 것입니다.
“루엣, 마지막으로 주어진 소중한 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죠,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그리고 형제들과. 혼자서 몰래 음식을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내 음식)안 뺏길 거야!’ 하며 돌아서서 우적우적 먹는 흉내를 내는 저의 모습을 보고 수녀님들도 따라서 웃었습니다. 그런데 루엣과 몇몇 어른들은 웃질 않습니다. ‘왜 나의 대답을 듣고 웃습니까? 웃자고 한 이야기가 아닌데…’하고 난감해 하는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저는 ‘아차, 실수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서둘러 강론을 마무리했습니다.
1박2일로 공소방문을 가면 늘 밤늦게 음식이 준비됩니다.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를 먹는 이들에게는 늦은 밤에 배를 채우는 것이 잠을 자기 위한 요령입니다. 저와 그리고 함께 온 교리교사를 위한 음식을 아낙네들이 내어 오면, 어둡지만 제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 앉아 눈을 반짝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먹고 나면 남은 음식을 아버지와 삼촌들이 먹고, 거기서 남은 음식을 아이들이 먹게 되는 것이지요. 아낙네들은 언제 밥을 먹는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먹고 남은 것을 먹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도 일상적인 듯 했던 그 광경을 다시 되짚어봅니다. ‘늘 배고픈 어린 자녀들과 아내를 옆에 두고 가장이 과연 언제 한번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까….’
어렵게 드러낸 그 마음도 이해 못하고 웃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배불리 음식을 먹은 후 쉬고 있는 아이들.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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