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교사로 30년. 평범한 경력이 아니다. 수원대리구 북수동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사 정준교(스테파노·57)씨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매주일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서울대교구 명동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청년회를 통해 봉사활동을 나갔던 원주교구 풍수원본당에 스카우트 되면서 처음 교리교사 생활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제가 살고 있던 곳은 교구 안이었어요. 절 눈 여겨 보신 본당 신부님께서 본당에도 교리교사가 없다며 불러주셨지요. 이후, 살고 있던 동네가 철거되면서 이곳 북수동본당으로 옮기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사회에서도 오랫동안 강단에 섰던 그는 교리교사 활동을 통해 하느님을 닮아 살려는 마음을 품고 지냈다.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하느님은 지극히 성실하신 분이기에, 그런 하느님을 흉내 내려고 늘 이곳에 있었던 것 뿐예요.”
정씨의 전공은 조직행동이나, 부전공인 청소년 관련 연구 논문을 더 많이 썼다. 오랜 숙제인 청소년 사목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들여다보며 대안을 모색하려는 마음에서다.
“청소년 사목의 현장에 있으면서 교회가 생각하는 천주교 신앙의 정수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꼭 전달해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지요. 그 방향마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이같은 청소년 사목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자 정씨는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청소년 사목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양질의 교사를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소수일지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들이 기둥이 돼준다면 그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얼마든지 보충되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정씨에게 교리교사란 아이들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교리교사는 통로 혹은 계단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리교사 자체로 특별한 것을 전달하기보다 우리 아이들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 통로, 계단을 통해 아이들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정씨의 경험과 경력 속에서 우러나온 이론과 실제의 조화는 후배 교리교사에게도 밑거름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아이들이 교리교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대개 편의에 따라 주입식 교육에 빠지게 되는데, 아이들도 생각할 줄 아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리교사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정씨는 지금껏 그래왔듯 여건이 허락하는 한 교리교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제까지 교리교사를 하면서 하루하루가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교리교사는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인 것 같아요. 제 롤 모델인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할 수 있을 때까지 교리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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