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천안 신방동본당(주임 윤병권 신부)에는 ‘전례위원회’(위원장 정병국)가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본당에는 사목회 산하에 전례분과가 설치돼 있어 본당 전례위원회는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신방동본당의 사목 중심은 전례에서 시작해서 전례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본당 사목의 중심이 전례에 맞춰져 있고 그 구체적이고 외형적인 구현 방법이 전례위원회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윤병권 주임신부는 “사목회 산하 전례분과는 위상을 스스로 결정하고 역할을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례분과를 격상시켜 전례위원회를 만든 것”이라며 “전례위원장은 사목회 부회장이라 보면 되고 본당 상임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전례위원회는 성인복사단, 독서·해설단(독경단), 성체분배단, 성가대 4개 단체로 구성되며 각 단체의 대표들이 월례회의를 가지면서 지난 한 달을 평가, 반성하고 다음 한 달의 전례를 준비한다. 성인 복사단 24명(12×2), 독경단 24명, 성체분배단 12명, 성가대 40명으로 모두 성경에 근거한 숫자다. 12는 12사도와 12지파를 뜻하고 40은 예수님의 40일 단식, 노아의 홍수가 지속된 기간을 비롯해 신약과 구약에 등장하는 40일을 상징한다.
신방동본당 전례 회원 100명은 주일 미사 참례 인원 약 1000명 중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을 제외하면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윤병권 신부는 본당 사목의 중점을 ‘전례’에 두는 이유에 대해 “전례야말로 가톨릭 신앙의 핵심이자 뼈대며 가톨릭 신앙의 정체성으로서,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가톨릭교회가 ‘트렌드’를 따라 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91년 사제 서품 후 본당과 특수사목을 두루 거친 윤 신부는 “특수사목에서는 새롭고 독특한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본당에서는 ‘카논’(Canon, 전례지침·규정)을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 신자들의 가톨릭 신앙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인지 개신교인지 구분하기 힘든 혼란까지 초래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방동본당 사목표어가 ‘집에서 기도하고 모여서 기도하고 미사로 완성하자’가 된 이유도 가정과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면서 신앙의 완성을 가장 큰 기도인 미사에서 이루자는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윤 신부는 미사전례에 참여하는 봉사자의 첫째 덕목으로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작은 동작 하나, 말 한 마디라도 신자들에게 분심을 들게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미사에만 집중하도록 ‘있어도 없는 듯’ 하라는 뜻이다. 성가대조차도 정성을 다해 성가를 부르되 신자들이 성가가 아니라 미사의 은혜를 기억하도록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윤 신부 자신도 강론과 미사 통상문 모두 단 1초도 전례에 방해되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미사는 신자의 의무가 아닌 ‘특권’이라는 진리를 안다면 미사 시간이 길어서 미사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말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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