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부터 커피전문점이 대폭 증가하면서, 다양한 커피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커피 중에도 교회에서 유래한 커피가 있다. 바로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카푸치노’가 그렇다.
진갈색 커피 위에 우유 거품을 얹어 계피가루를 살짝 뿌린 카푸치노는 그 이름을 ‘카푸친작은형제회’에서 따왔다. 카푸치노는 그 거품의 모습이 카푸친작은형제회 수도복의 모자, 즉 카푸치오(Cappucio)와 닮았다 해서 카푸치노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오고, 혹은 카푸치노의 갈색빛이 카푸친작은형제회 수도복의 색과 비슷해서 카푸치노로 불리게 됐다는 전설도 있다.
다른 여러 수도회 중에서 굳이 왜 ‘카푸친’에서 이름을 따왔을까? 사람들은 그 이유를 카푸친작은형제회의 사제, 복자 마르코 아비아노(Marco d‘Aviano, 1631~1699)에서 찾는다. 마르코 아비아노는 아비아노, 즉 이탈리아 북부 출신이지만, 이 복자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역은 바로 카푸치노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하느님 말씀이 흠뻑 담긴 카푸친 특유의 강론으로 많은 이들을 감명시키던 복자는 1693년 빈이 오스만터키군에 포위돼 전투를 치를 당시에 큰 역할을 한다.
터키군에 대항하기 위해 교황의 명으로 모인 신성 연맹은 그의 설교에 힘입어 일치와 단결을 이뤘을 뿐 아니라, 사기가 높아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승리는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복자는 빈 시민과 황제에게 큰 감사와 사랑을 받았는데, 복자가 선종했을 때는 황제가 몸소 그 장례를 치르고 오스트리아의 황릉과 복자의 묘를 나란히 안치할 정도였다.
일부 전설에는 마르코 아비아노가 직접 카푸치노를 발명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료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카푸치노의 전설이 퍼진 것은 1980년대의 일로 여겨진다. 복자가 직접 카푸치노를 만든 것이 아닐지라도 카푸치노란 이름에는 복자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커피의 창안자가 아니라 강론과 고해성사 속에서 사람들을 영적으로 치유하고 하느님 앞에서 통회하도록 이끈 한 사람의 사제를 사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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