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여주에 자리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너싱홈(Nursing Home)에서는 어르신 수녀들을 위한 한바탕 잔치가 펼쳐졌다. 갖가지 음식을 나누는 가운데 음악봉사자들과 웃음치료 전문 수사, 수련수녀들의 공연까지 풍성하게 이어진 장이었다.
이 행사를 마련한 주인공은 임을빈(하드리아나·80·서울 반포4동본당·사진)씨다. 임씨는 벌써 30년째 나이가 들어 거동이 어렵거나 지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 수녀들을 방문하며 친교를 나눠왔다. 수십 년간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여정이었다. 특히 7년 전부터는 5월 8일 어버이날 전후로 어르신 수녀들을 위한 잔치도 마련하고 있다. 본당 신부가 다른 원로사제를 섬기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임씨도 본격적으로 잔치를 마련하게 된 장이었다.
“어르신들을 ‘섬기는 마음’ 하나로 해온 일입니다. 세상을 위해 끝없이 기도하시는 수녀님들의 노년기가 조금이라도 덜 쓸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 되었지요.”
그런데 어르신들을 섬기는 임씨 또한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또 다른 어르신이다. 임씨는 올해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05세 된 수녀 등 어르신 수녀들을 모시는데 열심이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최근엔 체력적으로도 힘에 겨워, 어르신 수녀들을 방문할 젊은 동반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젊은이들과 잠시라도 함께하는 시간, 어르신들에게는 그 어느 순간보다 기쁘고 귀한 때입니다. 젊은이들 또한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깊은 삶의 지혜를 나눠가면 좋지 않겠어요….”
임씨는 “젊은이들은 한 두 번은 봉사의 마음과 호기심 등으로 동행하곤 하지만, 장기적으로 동참하는 이들을 찾기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물론 다른 수녀님들이 어르신 수녀님들을 너무나 잘 돌봐주시지만, 우리를 위해 각종 사목현장에서 헌신하다 기도로 노년기를 보내는 수녀님들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드리는 기회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서울 반포4동본당 성가대원 등 재능기부로 동행하는 이들과 음식을 후원해주는 이들도 알음알음 생겨났다. 반면 매달 어르신들과 친교를 나눌 젊은이들을 찾기는 녹록찮았다.
임씨 또한 무릎이 쑤셔 걷기가 힘들어도, 음악이 시작되면 함께 춤도 추고 병의 고통으로 힘겨워도 방문자들만 보면 함박웃음을 짓는 ‘할머니 수녀님’들을 떠올리면 방문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봉사라고 하면 어려워지지요. 잠시의 여가시간이라도 한 가족처럼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서로에게 풍성한 삶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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