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전 8시 무렵이면 의정부교구 광적성당(주임 강주석 신부)에서는 어김없이 피부색이 다른 이들의 말이 한국말과 섞여 들리기 시작한다. 오전 9시에 봉헌되는 영어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을 찾는 이주민들로 노인이 대부분인 본당은 새로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성당을 서성이는 몇몇 이주민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기 시작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강주석 신부 주례로 첫 미사가 봉헌된 지난 2011년 1월, 발을 동동대며 성당을 찾은 10여 명의 이주민 신자는 3년 새 250여 명으로 불어났다. 입소문이 나면서 성당 인근의 공장은 물론 멀리 포천이나 동두천 등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리핀 신자들이 주축이 된 광적필리핀가톨릭공동체(KFCC, 회장 라니 로 리바스)는 오가는 손님이 아니라 엄연한 광적본당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당 사목회 9번째 구역으로, 독자적으로 10개의 반을 구성해 반모임 등 여느 구역과 똑같은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본당 사목회의에 참여해 본당 일에 의견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본당 예산으로 각종 사업과 활동을 펼친다. 올해도 1400만 원 가까운 본당 예산을 책정해 소공동체 모임은 물론 체육대회, 성경나눔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물론 종교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광적본당의 이주민사목이 자리 잡는 데는 소통을 위한 노력이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강 신부는 2011년 이주민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본당 사회사목분과 내에 ‘이주민 지원반’을 만들어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풀어가도록 했다. 기존 신자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되도록 하기 위해 부활이나 성탄 대축일 때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각자의 언어로 독서와 성가, 기도 등을 바치며 이해의 문을 넓혀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주민들도 자신들의 본당이라는 소속감과 애착이 생겨 성당 청소, 노력봉사 등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쌓이면서 지난해에는 70여 명의 이주민 신자들이 일반 신자들과 어우러져 성지순례에 함께 나서기도 했다.
강주석 신부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하나씩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면서 “같은 하느님을 믿는 한 신앙인으로 함께 동행하는 모습에서 교회의 미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광적본당, 이주민 지원반 운영·영어미사 봉헌
“나라와 피부는 달라도 우리는 이제 이웃”
발행일2014-05-18 [제2895호, 7면]
▲ 주일 오전 9시에 봉헌되는 광적본당 영어미사 모습.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