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우리에게는 약간 생소한,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생애를 주제로 한 연작 중 한 점을 소개하려 한다. 4월 2일에 기억되는 은수자(隱修者), 이집트의 마리아는 344년경 태어나 421년경 생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예루살렘의 소프로니오스(Sophronios of Jesuralem, †638)가 쓴 「이집트의 마리아 성녀의 생애」에 의하면, 조숙한 말썽꾸러기였던 그녀는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간 후 대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매춘부의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성십자가 현양(顯揚) 축일을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자들과 우연히 합류하게 되는데, 함께 여행하는 도중 그 순례자들을 악행에 끌어들이는 죄를 저지르고 만다. 드디어 예루살렘의 성묘(聖廟)성당에 도착하지만, 그녀는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강제로 내몰려쳐져 성당 안으로 한 발도 들여놓을 수 없게 되는 이상하고도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놀라움과 공포심에 떨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죄 많은 삶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그녀는 과거의 잘못을 평생 처음으로 뉘우치며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성당으로 다가가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성십자가 경배예식에도 참례하게 된다. 이런 극적인 회심사건 후, 요르단 강 건너편 광야로 가서 고행과 보속으로 여생을 지내라는 성모님의 말씀을 따라 그녀는 홀로 은둔과 참회의 길을 걷게 된다.
47년이 지난 어느 날, 요르단 강 근처를 지나던 신심 깊은 수도사제 성 조시무스(Zosimus)에게 “신부님 겉옷을 제게 좀 던져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신부님을 뵐 수 있겠습니다”라는 이상한 말이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몸에 걸칠 옷도 없이 극기의 생활을 하던 성녀 마리아였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뉘우침, 사막에서의 고행과 마침내 얻은 평화를 이야기해주었고, 조시무스는 그녀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해주었다. 1년 후 조시무스가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성녀는 주님의 품으로 떠난 뒤였는데, 이 때 사자의 도움을 받아 매장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그녀의 기이하고 감동적인 삶은 조시무스를 통해 세상에 널리 전해지게 되었고, 참회하는 죄인,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이야기는 많은 수도자들의 모범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또 널리 공경의 대상이 되었다. 성녀의 이야기가 성체성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또 성녀에게 성체를 가져다 준 조시무스는 신자들에게 성체를 분배하는 사제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의 이미지는 종종 성당의 제단 주위 장식에 사용되었다.
▲ 에밀 놀데,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죽음’, 1912, 함부르크 미술관.
조수정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