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다른 보호자를 보내주시어 영원히 우리를 보호해주시고 함께 있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는 복이 많습니다. 우리를 잠시도 혼자 놔두지 않고 예수님께서 또는 다른 보호자가 우리의 삶을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가셨고,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에게 다른 보호자를 하느님께 부탁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 다른 보호자와 함께 있습니까?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부터 그리고 십 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 인생을 형제들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입회 전 수련회에서, 입회 후 수련원에서, 서원 후 신학원 공동체에서, 제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했었습니다. 동시에 다른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듣는다는 것은 정말 복된 일입니다. 어떻게 하느님께 사랑을 받았고, 또 어떻게 하느님을 멀리했는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렇고,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은 참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만해도 대학에 진학하면서 화학을 공부했습니다. 화학을 전공해서 연구원이 되리라 꿈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가톨릭 사제가 되어 화학 연구 논문이 아니라 주일 강론을 쓰고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잘되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요?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중,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수도회에서 살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우리 인생을 바꿔놓았을까요? 화학 공부하던 사람이 어떻게 수도회에 입회를 했을까요? 화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화학회사에 입사해서 일하거나 더 공부를 해서 화학을 가르치거나 연구하는 일을 해야 맞지 않습니까? 우리 삶을 돌아보면 어디에선가 누가 내 삶에 개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의 어느 만큼이나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신 보호자 때문입니다. 우리의 보호자가 인생에 끼어들어서 우리를 보호해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우리 인생을 늘어놓고 보면 뭔가 순서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낍니다. 가나다라 순으로 인생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것은 우리 눈과 귀로 보고 듣기 때문입니다. 보호자가 개입한 우리의 인생은 우리 눈과 귀가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으로 봐야 합니다. 예수님의 눈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질서정연할 것입니다. 우리는 느끼지 못했던 당신께서 보내주신 보호자의 보호와 사랑이 우리 인생에 녹아있습니다. 기도와 성찰을 통해 우리는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 그 보호자가 그때 거기에 계셨구나! 네, 보호자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오늘 하루도 뭔가 이해 안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와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완전한 하루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약속과 보호자의 보호 아래 하루를 살았습니다. 행복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슬프고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이상하지 않고 완전한 것입니다. 슬픔, 고통, 아픔, 절망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더 깊게 느낍니다. 보호자께서 예수님께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기쁨, 행복, 희망만이 완전함입니까? 완전한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절망과 희망 그 모든 것 안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보호자의 도움으로!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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