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작물은 수수와 땅콩이 전부이며, 사과나 배, 포도 등 한국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과일은 이곳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도 축복이 있으니, 그것은 ‘망고’입니다.
과수원이 아닌 자연그대로의 숲 곳곳에 자라고 있는 남수단 망고나무의 그늘은 느티나무의 그늘처럼 안락하고, 노랗게 잘 익은 그 열매는 꿀보다 달콤한 맛이 그 어느 과일과도 견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비축해둔 식량이 끝나가고 농사시기를 앞두고 있어 모두가 힘든 시기에 망고열매는 한 끼의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지금은 망고가 이미 익은 시기, 그러나 아강그리알에서 노란 망고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나 망고나무 주변에는 아이들이 모여 있지만, 망고나무 가지에는 노란 망고열매 대신에 아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망고가 익기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사제관 울타리 안에도 열매를 맺은 커다란 망고나무가 다섯 그루나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건기에 물을 주고 거름도 주어서 열매가 크게 열렸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아침 미사 후에 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신부님 망고 따게 해주세요”하고 졸라댑니다. 저는 다섯 그루 중 세 그루의 망고나무에서만 아이들이 망고를 딸 수 있게 허락했습니다. 이 ‘적절한 통제’ 덕분에 아껴둔 두 그루의 망고나무는 마을에 있는 망고나무 모두가 푸른 잎만 남게 된 지금에도 여전히 노란 망고열매를 달고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매일같이 까치와 까마귀들이 몰려와서는 망고를 반쯤 쪼아 먹고는 떨어뜨려놓았습니다. 잘 익은 망고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새가 먹다 남은 것을 먹기도 꺼림칙하여 그대로 줍지 않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라도 실컷 따 먹게 해 줄걸 괜한 욕심을 부렸나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행여 누가 볼까봐 새가 반쯤 먹고 남은 망고를 주워 풀밭 너머로 멀리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부님, 그 망고 저 주세요.”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느낌입니다. 울타리 너머로 한 아이가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 그래….” 왠지 미안한 마음이지만 던져버리려던 망고를 아이의 손에 쥐어줬습니다. 그리고 ‘정말 먹으려고 그러나?’하는 호기심에 그 아이가 우물가로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앗, 우물가에 있던 아이들과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눈빛이 기대감에 반짝입니다. “아부나! 망가 망가!!”
아마도 내일부터 노란 망고의 계절은 가고 푸르른 망고의 계절이 올 것 같습니다.
▲ 잘 익은 망고를 손에 들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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