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처음 신자가 되었을 때, 저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아내의 권유로 한 세례 후에도 ‘무늬만 신자’인 상태에 머무르다 결국 ‘쉬는 교우’로 분류됐습니다. 이 시간이 근 15년입니다. 그러다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진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고자 다짐했고, 2000년엔 첫 봉사직으로 구역 형제회 총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다짐은 금세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신앙심은 없이 ‘2차 주회’의 재미에만 빠진 허울 좋은 형제회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마음이 없는 빈털터리 신앙인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랬던 저에게 ‘꾸르실료’를 체험할 기회가 찾아왔고, 수원교구 남성 꾸르실료 117차에 참가해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신앙적인 삶이 어떠해야 되는지, 참 신앙은 어떤 것인지, 봉사자 직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이후 본당 울뜨레야에서 봉사하던 중 지난해 말 신부님께 “총회장 직분을 맡아 달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양에 사양을 거듭했지만 결국 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꾸르실료를 통해 ‘예’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이러한 마음을 신앙 여정의 근본 자세로 삼고자 다짐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저를 거듭 하느님 안으로 인도한 곳이 정자꽃뫼본당입니다. 1996년 설립된 정자꽃뫼본당은 지금 새 성전 기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나며 본격 추진해 10월 중에 새 성전 기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꽃뫼’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꽃동산’이라는 뜻이죠. 그래서인지 저희 본당 형제자매님들은 정말 꽃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같이 서로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우리 형제자매님들, 새 성전 봉헌에도 누구보다 기쁨에 찬 모습으로 모두 임하시고 있습니다. 예수님 사랑으로 가득 찬 지금처럼 앞으로도 서로를 배려하는 형제자매들이 되어주세요. 언제나 지금과 같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정자꽃뫼본당 형제자매 여러분, 본당 신부님과 함께 멋진 새 성전을 만들어 나가는데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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