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팔뚝에 링거주사를 꽂고 있는 별이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제 힘으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똑같은 생명인데,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녀린 생명에 뭐라 말을 건네야 할지….
별이가 앓고 있는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뼈와 연골이 잘 형성되지 않는 라센증후군. 그것도 담당의사의 추정일 뿐이다. 검사비는 고사하고 하루 57만 원이나 하는 병원비로, 아직 제대로 된 검사 한 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1월 4일 불법체류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별이(본명 노렐 아바 돌라오타)는 태어나자마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양수과다로 인한 뇌출혈에 사지기형, 자가호흡 불가…. 의사도 처음 겪는 최악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아연한 현실에 별이를 만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기적이 시작됐다. 별이가 제 힘으로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꼭 20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별이의 부모는 지금도 경기도에 있는 공장 한켠 컨테이너에서 사계절을 난다. 두 사람 합쳐 250만 원 남짓한 월급 중에서 200만 원은 고향에 보내고 남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자신들의 고생으로 고향의 가족들에게 지금껏 가져보지 못한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런데 그 희망과 기쁨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산전검사 때 이미 별이의 미래를 알게 된 엄마 올리비아(39)씨는 추호도 망설임이 없었다. 주님이 주신 생명인데….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까닭에 별이는 공식적으로 이 땅에 없는 생명이다. 당연히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형편. 의료관광객에게나 적용되는 외국인보험이 적용돼, 사지기형 수술비는 국내 아동에게 적용되는 비용의 4배, 1000여만 원이 든다. 게다가 성장하면서 매년 1~2회씩 계속 수술을 해야 한다. 지금껏 들어간 병원비만 해도 이미 8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올리비아씨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해 눈을 뜨고 있는 동안은 묵주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나아가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기기들을 자그마한 몸 곳곳에 매단 채, 별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을 견디며 지금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술만 잘 받는다면 걸어 다닐 수 있다.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별이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국내에서도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정도. 본격적인 검사와 치료가 시작되면 2억 원의 비용이 더 든다. 별이 가족에게는 불가능하게만 보인다.
“저는 강제추방되더라도 이 아이만은 이 땅에서 추방시키지 말아 주세요.”
엄마 올리비아씨의 기도에 눈물과 간절함이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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