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을 끝낸 과수원에 거름을 내시는
아버님의 일손을 어둑어둑할 때까지 돕다가
소달구지를 몰고 돌아오는데
대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신 듯
“요셉이 이리 와!” 하시는
어머님의 음성이 여느 때보다 급하셨다.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2년이나 중단됐던 소신학생을 다시 뽑는다고 하니
“요셉이가 가야겠어” 하시며
대청 마루 큰 십자가 밑으로 데려가셨다.
고향을 떠나기 전날 밤 열네살 철부지에게
“이제까지의 엄마는 진짜가 아니었어!
요셉이의 진짜 엄마는 성모님이시니까
신학교 생활이 외롭고 힘들 때
성모님을 부르면 도와주실 거야…” 하시며
군데군데 실로 꿰맨
30년 이상 기도하시던 묵주를 꼬옥 쥐어주셨다.
수도원 같은 기숙사 생활 12년에 군 생활 3년
개인 생활이 없는 단체 생활 15년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시던 성모님!
질그릇처럼 천하고 천한 이 몸을
주님의 종으로, 일꾼으로 써 주신 주님!
과녁으로 떠난 화살처럼
40년이란 세월이 태풍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온몸으로 주님의 뜻을 받들게 하시옵소서.
가진 바도 없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가질 바 모두를 주님께 드리렵니다” 한 후
40년 동안 당신이 주신 것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사옵니다.
소외되고 굶주린 보육원 어린이들과의 30년,
삶에 지치고 병든 요양원 어르신들과의 35년,
보이지 않는 영혼까지 구속당한 수인들과의 13년,
34세부터 인연이 된 공원묘원과 납골당과의 30년,
선종을 준비해 드리는 연령연합회와의 13년 동안
주님의 크신 섭리를 느낄 때가 참 많았습니다.
잠 못 이루고 끙끙거리며 신음할 때나
죄어오는 가슴 안고 긴 밤을 뒤척일 때에
밤새 뜬 눈으로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시고
펄펄 끓는 이마에 물수건을 짜서 올려놓으시느라
안쓰러워 하시며 눈물을 애써 참으셨던 성모님!
고생한 날 수만큼이나 고난을 겪는 햇수만큼
상상하지 못했던 벅찬 상급을 주실 주님!
감사! 감사! 거듭거듭 감사드릴 뿐입니다.
남은 여생 당신 사랑으로 위로받게 하시옵고
당신 것으로 채워가며 살게 하시옵소서.
주님! 이제는 당신 품안에서 좀 쉬고 싶습니다.
성모 마리아님! 사랑하고 사랑하옵는 어머님!
이 목숨 다하는 그 순간까지
빌고 빌어주시옵소서. 아버지 하느님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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