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문을 닫은 서울 혜화동 소신학교(성신중·고등학교)의 정든 교정을 그리워하는 동문들이 스승들을 모시고 12일 오후 6시 서울 목동성당에서 ‘2014 스승님과의 만남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일반 학교와 달리 학창시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승을 부모처럼 대했던 동문들은 매해 스승의 날 즈음에 총동창회(회장 권복주) 주최로 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슴에 졸업 기수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동문들은 은사들의 손을 부여잡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24회부터 마지막 49회까지 졸업생 80여 명은 이날 고령의 몸을 이끌고 행사에 참석한 정하권 몬시뇰과 정해영·최선도·이원순씨 등 은사들의 건강을 몹시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동문들은 그 옛날 소신학교에서 배운 라틴어로 미사 성가를 부를 때는 사제의 길을 걷고자 다짐했던 숭고한 성소를 다시금 떠올리고 있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사제가 아니라 가장과 사회인으로서, 가정과 직장에서 새로운 성소로 승화시킨 동문들이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는 “예수님 같은 착한 목자가 되려고 소신학교 문을 두드렸던 동문 여러분들은 가정과 일터에서 착한 목자로 살고 계시고 스승님들 또한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목자셨습니다”라고 말했다.
1954년 9월 소신학교에 첫 부임해 25년간 교감으로 봉직하다 1983년 2월 폐교되던 날 학교 문을 두 손으로 닫았던 정해영(바오로·90)씨는 “소신학교 스승의 날 행사가 영원히 이어지고 소신학교가 부활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동문 여러분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동문들은 미사 후 은사들을 모시고 팔순을 맞은 최선도 선생 산수연(傘壽宴)을 겸한 만찬을 나누며 돈독한 사제의 정을 나눴다.
동문을 대표해 스승들에게 큰절을 올리던 권복주(요셉·41회) 회장이 감정이 북받쳐 몸을 떠는 모습에 모든 동문들의 마음도 뜨거워졌다. 권 회장은 “오늘 비록 자리를 같이 하지 못했지만 기도와 찬조를 보내주신 안명옥 주교님, 이용훈 주교님과 소신학교 동문 선후배 여러 신부님들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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