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일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열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애끓는 사랑의 손길이 태평양을 넘어 필리핀까지 뻗쳤다. 연일 40도를 훌쩍 넘는 무자비한 더위도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꺾어 놓을 수는 없었다.
인천 화수동 민들레국수집(대표 서영남)이 6일 오전 11시 필리핀 칼루칸시티 성판크라시오성당 부속건물에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개업 미사’를 봉헌했다. 개업 미사는 서영남(베드로) 대표가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준비하는 데 친형처럼 물심양면의 도움을 아끼지 않은 필리핀 요셉의원 원장 최영식 신부와 성 판크라시오본당 주임 옹 신부가 공동집전 했다. 미사에는 서 대표와 아내 강 베로니카씨, 딸 서희(모니카)씨와 봉사자 등 10여 명만이 참례했다. 미사 참례자들은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자 영어로 민들레국수집이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최영식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저와 필리핀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업자 서영남 형제가 필리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공부를 가르친다고 하니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필리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될 공간에서 봉헌된 이날 개업 미사는 더없이 작고 소박했지만 작은 겨자씨 하나가 새들이 깃드는 커다란 나무로 자라듯 아무리 퍼내도 줄어들지 않는 무진장한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서 대표는 본래 필리핀에서도 가장 가난한 말라본시티 파라다이스 빌리지 시장 공소와 나보타스시티 리버사이드 수상가옥 지구에서 먼저 국수집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 대표 가족의 필리핀 입국 하루 전인 4월 21일 성판크라시오성당 인근에 대화재가 나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옥 150여 채가 불타 700명이 넘는 주민이 피난살이를 하게 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서 대표 가족은 당장 급한 신발 2000켤레와 옷가지 3000벌을 이재민들에게 나눠주고 당초 계획을 바꿔 성판크라시오성당 부속건물에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먼저 시작하게 됐다. 아직 내부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아 오전, 오후 두 차례 150~200명의 어린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준다. 자체 생산이 가능한 빵공장도 곧 돌아갈 예정이다.
서 대표는 현지 수도자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을 학생들을 가정방문하고 ‘본업’인 교정사목도 소홀히 할 수 없어 교도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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