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하느님을 사랑했던 한 영화감독의 기억과 시간의 편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한국교회의 숨은 채록자’, ‘한국천주교회 현대사 기록자’ 등으로 불리며 한국교회와 함께해온 영화감독 고(故) 김영걸(안드레아) 씨를 기려 6월 11~17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마련되는 ‘김영걸 감독 추모 1주년 기념 사진전시회’를 통해서다.
지난 2004년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하다 지난해 6월 주님 품에 안긴 김 감독은 기록으로 한국교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97년 한국 평협이 수여하는 제14회 가톨릭대상(문화부문)을 수상한 숨은 일꾼이다.
고인이 생전에 제작한 사진 자료 가운데 500여 점을 선별해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흡사 한국사회와 함께 숨쉬어온 교회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한국교회가 우리나라 현대사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기념행사(1981년)를 필두로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행사(1984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1989) 등 교회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굵직한 행사를 중심으로 1981년부터 2004년까지 열린 교회 행사들이 빠짐없이 사진 속에 담겨 지금도 김 감독의 열정과 교회에 대한 사랑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김 감독이 누비고 다닌 교회사 현장에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예전의 감동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게 하고,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한국교회가 헤쳐 온 역사를 반추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록하는 그대로 교회 역사가 된 김 감독의 사진들은 그 중요성과 자료적 가치로, 지난해 12월 유족을 통해 고인이 본격적으로 교회에 발을 들여놓은 1969년부터 2009년까지 40년간 한국천주교회 역사의 현장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기록물 1805점이 서울대교구에 기증돼 교회사 연구자료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연구소 내에 김영걸 감독 자료관을 별도로 마련해 체계적인 정리 및 보존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부인 차억순(엘리사벳·69·서울 금호동본당)씨는 “주님의 품에 안기기 전까지 고인은 오랜 투병 중에도 교회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고 자료 정리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김 감독의 사랑을 나누고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이들이 원하는 경우 전시했던 액자를 증정한다. 고인의 마지막 선물이다.
1938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해방 직후 월남해 한양대에 다니던 중 영화판에 뛰어들어 1968년 ‘미니 아가씨’로 감독에 데뷔한다.
1969년 ‘한번 준 마음인데’로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사에 이름을 올린 그는 1972년 윤정희(데레사)·이낙훈(프란치스코)씨 주연의 ‘목소리’를 제작하며 교회 영화로 시선을 돌린다. 윤정희씨 등과 함께 가톨릭연예인클럽을 만들기도 한 고인은 오기선 신부 일대기를 담은 「다시 보고 싶은 오기선 신부」(오늘의말씀사) 등 숱한 화보집을 펴내며 기록자로서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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