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뛰면서 주님의 기도를 무지 바쳤어요. 38시간이라는 시간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죠. 힘들 때 도움을 청하고자 천천히 기도할 때도 있고, 잠을 쫓으려고 큰 소리로 기도하기도 했어요.”
지난 4월 25~27일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염원하는 제10회 성지순례 222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석한 김선태(요셉·54·평택대리구 서정동본당)씨는 38시간 44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142명의 참가자 중 91명이 완주에 성공했고, 그 중에서 신자는 10명뿐이었다.
“이번 마라톤은 정말 주님과 함께 뛰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라톤 시작하기 전에 신부님께서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우니 주님을 의지하고 가야한다는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았거든요.”
10km 22회, 하프 코스 30회, 풀 코스 21회, 산악마라톤 12회, 울트라마라톤 16회 도합 101회를 뛰어본 노련한 마라토너인 김씨지만 222km를 뛰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려움이 앞섰던 김씨는 마라톤 전날 고해성사를 보고, 본당 주임신부에게 강복을 받자 자신감이 생겨났다.
“출발부터 남한산성 입구까지 약 100km정도는 힘든 줄 모르고 갔어요. 그런데 가파른 고갯길을 넘는 순간 갑자기 식은땀과 함께 헛구역질과 어지러움이 나타나더군요. 내 체력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죠.”
더 뛸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주님께 맡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김씨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보통 100km달리고 나면 지치고 힘들어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김씨는 그 어느 때보다 맛있게 국밥을 먹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밤길을 달리다가 랜턴을 도로에 떨어뜨렸어요. 포기해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양근성지에서 봉사자님이 여분의 랜턴을 챙겼다고 주시더군요. 그 외에도 뛰는 중에 주님의 도우심을 여러 번 느꼈어요.”
마재성지에서 명동성당으로 향하는 길에는 비가 왔다. 운동화와 양말이 비에 젖으면 발에 물집이 생기고 고생하게 될 것이라 생각해 걱정스러웠지만 놀랍게도 8시간 가까이 달리는 동안 양말은 젖지 않았다.
“꼭 완주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며 걸어가는데 마라톤 전날 주임신부님께 받은 강복이 떠올랐어요. 그 뒤로 약 22km를 고통을 모르고 달려서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어요. 덕분에 아내에게 응원오라고 한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 멋쩍기도 했죠.”
순교자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순교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으로 뛰었더니 순교자들뿐만 아니라 주님을 뵙는 시간이 됐다.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124위 시복시성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결승점에 도착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 중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느끼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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